 |
|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8 |
조선중앙통신이 “어머니조국에 승리의 월드컵을 안겼다”며 자축한 2025년 U-17 여자 월드컵 우승 보도는, 겉으로는 감격의 스포츠 뉴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정치 선전극이다.
기사는 선수들의 기량이나 훈련 시스템, 국제 경쟁력에 대한 분석 대신 전적으로 “경애하는 원수님”과 “당의 현명한 령도”로 귀결된다. 경기 내용조차 ‘혁명적 신심’, ‘당의 은정’, ‘총진군의 성과’ 같은 정치어휘로 채워져 있다.
스포츠가 개인의 노력과 팀워크로 빛나는 세계적 무대라면, 북한 보도는 선수들의 실력을 ‘체제 충성의 증거’로 포장한다. 승리가 공화국의 위업을 빛낸 “정치적 기적”으로 재해석되는 순간, 스포츠는 더 이상 순수한 경쟁이 아닌 ‘당의 무대’로 전락한다.
북한의 체육훈련 체계는 자유와 창의보다는 ‘충성심과 집단주의’를 강요하는 군사식 통제 모델이다. 선수들은 “혁명의 딸들”로 불리며, 경기력 향상보다 정치적 상징성을 위해 혹독한 합숙훈련과 절대복종을 요구받는다.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도 결국 ‘체제 우월성 입증’의 도구로 이용된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개인의 자유, 선수의 인권, 스포츠의 자율성을 희생시켜 얻은 것이라면 그 영광은 허상에 불과하다.
북한은 오랫동안 체육을 외교 및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여성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었지만, 그들은 인터뷰도, 자유로운 이동도 허락받지 못한다. 외신의 접근은 통제되고, 언론은 ‘정치적 메시지’만을 보도한다.
이런 구조는 스포츠 외교가 아니라 ‘폐쇄적 체제의 이미지 관리’에 불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강조하는 평등, 다양성, 스포츠맨십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매체는 “우승이 제9차 당대회를 향한 총진군의 성과”라고 결론짓는다. 결국 선수들의 땀과 노력은 ‘당의 치적’으로 흡수되고, 개인의 이름은 지도자의 선전 구호 아래 사라진다.
진정한 승리란 체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에서 비롯된다. 스포츠의 감동이 ‘정치의 연극무대’가 아닌 ‘자유의 경기장’에서 되살아날 날, 그때에야 북한의 승리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