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74] 어떻게 맘다니가 뉴욕을 ‘정복’했는가
  • 존 케첨 John Ketcham is a senior fellow at the Manhattan Institute.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

  • 뉴욕 현대사에서 가장 기이한 시장 선거가 끝난 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34세의 민주사회주의자 조흐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득표율 50.4%로 뉴욕 시장에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무려 84% 급증하여 200만 표를 훌쩍 넘겼고, 이는 전체 유권자의 약 40%에 달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1969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표를 돌파한 후보라며 자부하지만, 동시에 100만 명이 넘는 뉴요커가 그에게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균열은 맘다니의 분열적 성격과, 그의 비전이 뉴욕이 전통적으로 이해해온 자기정체성과 얼마나 급격히 어긋나 있는지를 드러낸다.

    뉴욕은 최선의 의미에서, 잠재력을 노력으로 단련하여 재능으로 바꾸는 ‘실현의 기관’이었다. 다른 이들의 분투와 모범을 보고, 성실과 절제된 인내를 보상하는 경제 체제 안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곳이었다. 뉴욕은 결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 약속은 “자신의 최선 버전이 될 가능성”이자, 그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었다.

    조흐란 맘다니의 승리는 바로 이 윤리를 거부한 결과였다. 그는 ‘열정’과 ‘동원’으로 무장한 젊은 교육층을 끌어들였다. 그들은 도시의 세계적 문화와 편의를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이른바 ‘허슬(hustle) 문화’—끊임없이 일하고 경쟁하는 삶—는 원하지 않았다.

    명문 대학에서 “학위를 따면 그 내용이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갖든 간에 안정된 전문직의 삶이 따를 것”이라는 약속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여섯 자리 연봉을 받아도 뉴욕에서 성인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의 무게는 그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컸다.

    급진화된 대학 문화는 그들에게 자본주의를 미국 억압의 핵심 축으로 보게 했다. 그 결과, 뉴욕의 높은 월세나 고된 직장 생활은 더 이상 기회의 대가가 아니라 ‘도덕적 불의’로 인식되었다. 이런 분노는 가자 전쟁에서의 이스라엘 ‘집단학살’ 주장,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 대기업의 착취, 트랜스 젠더 탄압 등의 이슈와 한데 엮여 하나의 ‘좌파적 의분의 신학’으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유권자들에게 맘다니의 공약은 ‘좌파적 성전(聖戰)’이자, 현실적 부담으로부터의 즉각적 구원이었다. 임대료 동결, 버스 무료화, 생후 6주부터 무상 보육 등등.. 그러나 다수의 지지자들은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살지 않았기에, 그의 반(反)경찰적 아젠다는 자신들의 안전과는 무관했다.

    맘다니의 공약은 역설적으로 가장 절박한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뉴욕시는 소득 기준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버스·지하철 요금을 반값으로 제공하는 ‘페어 페어스(Fair Fares)’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하철 환승 또한 오래전부터 무료다. MTA 의장 얀노 리버는 최근 편집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욕은 분명 주거비 부담이 심각하지만, 대중교통은 그 문제가 아닙니다. 2.90달러면 도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맘다니가 정말 서민을 돕고 싶었다면, 이 제도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전용 버스 차로와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강화하는 길이었다. 동시에 요금을 내는 행위는 도시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본적 약속임을 상기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시민’에게 소득과 무관한 무료 버스를 약속함으로써, 그 약속 자체를 폐기해버렸다.

    맘다니의 접근법은 ‘권리’라기보다 ‘자격의식’에 가깝다. “이 서비스들은 내가 누려야 마땅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는 예비선거 이후 “억만장자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뉴욕시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의 48%를 내고 있다.

    그의 발언이 끝난 다음날 아침, 필자는 맘다니의 지역구 내 지하철역에서 한 청년이 새로 설치된 차단막을 가볍게 들어올리고 무임승차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의 손에는 “Zohran for New York City”라고 수놓인 노란 모자가 들려 있었고, 가방에는 같은 로고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전날 맘다니의 승리 연설 한 구절이 떠올랐다.

    “켄싱턴, 미드우드, 헌츠 포인트의 모든 뉴요커여, 이 도시가 바로 여러분의 도시이며, 이 민주주의 또한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 젊은 무임승차자는, 맘다니의 지지층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에게 ‘이 도시가 당신의 것이다’라는 말은 “이곳의 주인이 당신이다”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사회는 ‘공동체의 법과 규범, 그리고 공동 기여로 결속된 질서’이지, 무주공산이 아니다.

    뉴욕의 주거비가 통제 불능으로 치솟은 이유는 간단하다. 대공황 이후 주택 건설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강화된 임대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물량을 묶고, 재개발을 비경제적으로 만들었다. 임대료를 낮추는 유일한 해법은 더 많은 주택을 짓는 것이다.

    뉴욕은 나쁜 정책과 나쁜 시장을 견뎌온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를 위대하게 만든 근면과 자립의 미학’을 해체하는 시장이 등장했을 때, 과연 우리가 아는 뉴욕이 생존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앞으로의 4년이 말해줄 것이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1-11 07:23]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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