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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39 |
황해남도 배천군 역구도농장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늘 그렇듯이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의 성과를 과시하는 전형적 정치 선전물의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실제 현장의 실상은 체제 선전의 무대장치에 가깝다.
보도에 따르면, 역구도농장은 최근 몇 년간 알곡생산계획을 평균 120% 이상 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농업 생산 통계는 체제 선전용으로 과장되거나 허위로 보고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황해남도 일대는 반복되는 가뭄과 비료 부족, 농기계 부품 결핍 등으로 실제 생산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기계화 비중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대부분 구호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는 노후화된 트랙터 몇 대를 ‘새 장비’로 포장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살림집 입사 모임은 경제적 성과보다는 정치적 충성심을 드러내는 의식으로 기능한다. 당 간부와 도위원회 책임비서가 직접 참석해 ‘살림집리용허가증’을 전달하는 장면은 인민의 주거권이 행정 절차나 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배려’와 ‘허락’에 의해 부여된다는 북한식 통치 구조를 드러낸다. 이러한 의례는 주민에게 ‘감사의 의무’를 각인시키며, 체제에 대한 복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기사에서는 ‘결산분배모임’에서 현금이 지급되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분배 금액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농촌의 분배제는 국가가 수매를 우선한 뒤 남은 극소량의 생산분을 노동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풍년분배’라는 표현은 실질적 경제 보상보다는 정치적 상징에 가깝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현금은 체제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지급되는 ‘시혜금’에 불과하다.
모임의 마지막 순서는 어김없이 ‘기동예술선동대 공연’이다. 이는 문화 행사가 아니라 정치 선전의 일부로, 주민들에게 ‘감동’과 ‘충성’을 강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새살림집과 ‘풍년분배’를 찬양하는 노래와 구호 속에서, 주민들은 체제의 허구적 ‘행복’을 연기하도록 강요받는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역구도농장을 “새시대 사회주의 농촌의 전형”이라 치켜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농민의 자율성과 권리가 철저히 배제된 현실이 있다. 농민들은 국가의 계획생산 체제 아래서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수 없고, ‘결산분배’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미미한 보상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결국 역구도농장은 ‘자랑찬 실체’가 아니라, 체제의 선전과 주민의 침묵으로 유지되는 하나의 정치 무대일 뿐이다. ‘농촌혁명’이라는 구호 뒤에는 여전히 변화 없는 농민의 현실, 그리고 ‘혁명’이 아닌 ‘정지된 시간’이 존재하고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