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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39 |
조선신보는 11월 11일 자 기사에서 농업과학원 과수학연구소 경성과수연구분소, 벼연구소 어랑벼연구분소의 준공 소식을 전하며 “농업생산의 과학화·정보화·집약화를 위한 물질기술적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기지 건설’은 북한식 선전의 익숙한 패턴 속에 반복되는 정치적 연출일 뿐, 농업 생산성의 구조적 문제나 식량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과학 쇼케이스’에 불과하다.
북한 매체는 연구소 준공 때마다 ‘전자열람실’과 ‘각종 실험실’의 완비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첨단 연구장비나 데이터베이스 접근성조차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력난과 통신망 부족, 연구자들의 식량 배급 불안 등은 과학연구의 최소 조건조차 보장하지 못한다.
“과학화”라는 용어는 체제의 낙후성을 감추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연구 성과의 질보다는 “김정은식 과학농업정책의 결실”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우선된다.
경성과 어랑에 새로 세워진 ‘분소’들은 과학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에 중점을 둔 구조다. 중앙연구기관의 실질적 기능을 분소 단위로 쪼개는 것은 “전국적 현지지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통치술이다.
각 도마다 ‘과학기지’를 설치해 “지방혁명”의 이미지를 조성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역의 인력과 자원을 분산시켜 연구 일관성을 저해한다.
특히 이번 연구소 준공식에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지방행정이 과학행정에 개입하는 북한식 통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연구 성과보다 “당의 령도 아래 성취된 건설”이 정치적 치적의 중심에 놓이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이번 연구소들이 “영농실천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물질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농업 위기는 기술이 아닌 제도적 실패에 있다.
농민의 자율성이 없는 집단농장 체제, 국가 배급 중심의 생산관리, 비료·농기계의 만성적 부족이 농업의 근본적 병폐다. 그럼에도 정권은 “연구소 건설”을 만능 해결책처럼 포장한다. 과학연구가 아닌 “건물 건설”이 성과로 치환되는 구조 속에서, 농업과학은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한다.
북한의 과학 연구소 준공은 실질적 연구개발의 진전이 아니라 체제 선전의 연출 무대다. 연구소의 수가 늘어날수록 과학의 질은 오히려 희석되고, 농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농업생산의 과학화”라는 표현은 북한 체제의 언어 속에서 “김정은식 지도 성과”로 번역된다. 연구소의 실험대 위에 올려진 것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이며, 그 실험의 결과로 남는 것은 여전히 굶주린 현실과 충성의 구호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