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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40 |
북한 매체는 11월 11일 “라오스인민민주주의공화국 통싸완 폼비한 외무상이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간략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한 장의 사진, 몇 줄의 인사말 외에는 아무런 구체적 내용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기사 한 줄 뒤에는, 북한 외교가 처한 현실과 그 ‘상징 외교’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국제무대에서 실질적인 외교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유엔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러시아·이란과의 군사협력 의혹으로 서방 제재망이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외무 행보는 ‘친선’과 ‘우정’이라는 상투적 수사를 반복하는 이벤트 중심의 형식 외교에 그치고 있다.
이번 라오스 외무상의 방북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실질적 협력 의제나 공동 성명, 경제·개발협력 계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평양국제비행장에서의 영접 장면만 강조된 이 행사는 ‘외교 고립국이 아시아의 한 비동맹국으로부터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상징적 의전 행사일 뿐이다.
라오스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영향권 아래 있는 국가로, 국제무대에서 북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나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양이 라오스를 초청한 이유는 ‘비동맹’ 이미지의 재활용에 있다.
냉전기, 북한은 ‘제3세계 연대’의 중심국을 자처하며 라오스, 캄보디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형식적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네트워크는 실질적 의미를 잃었다. 라오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세안(ASEAN) 체제 안에서 외교적 실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북한처럼 제재에 묶인 체제가 아니다. 결국 이번 초청은 ‘우리는 여전히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대내 선전용으로만 소비되는 셈이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매년 몇 차례 이런 ‘우호국 외교’ 행사를 보도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든 기사가 극도로 단문이며,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맞이하였다”로 끝난다는 점이다. 이는 ‘교류’의 실체가 아닌 ‘교류의 존재’ 자체를 보여주기 위한 보도 방식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런 형식이 체제 선전의 도구로 기능한다. 인민들에게는 “우리 공화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주고,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외교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인상을 준다. ‘실질적 파트너가 없는 고립된 체제’라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역설적 장면이다.
라오스 외무상의 평양 방문은 외교적 사건이라기보다, 하나의 연극적 연출에 가깝다. 북한 외교가 진정으로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러시아·이란 같은 제재국 간 밀착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동맹의 이름으로 치장한 ‘빈 껍데기 외교’는 체제의 자위적 허세를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외교적 고립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번 라오스 외무상 방북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례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