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40 |
조선신보가 전한 ‘제57차 재일조선학생중앙예술경연대회’는 겉으로는 예술적 성취와 민족교육의 결실을 기념하는 행사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선전기구로서 재일조선인 청소년들을 동원하는 이념 행사임이 분명하다.
조선신보는 이 행사를 “전심전력해온 성과의 과시”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성과’란 예술적 창의나 자유로운 표현의 결실이 아니라, 평양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했는가에 대한 평가다.
공연 내용 대부분이 ‘위대한 수령’과 ‘조국찬가’,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주제로 구성되는 것은 이미 수십 년간 반복된 패턴이다. 청소년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무대 뒤에는, 개인의 재능보다 정치적 충성심이 우선되는 사상교육의 흔적이 선명하다.
이 대회는 ‘민족교육의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로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일본 내 조선학교 학생들이 처한 고립된 현실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하다.
조선학교는 일본의 교육제도와도, 남한의 교육과정과도 동떨어진 독자적 체계를 유지하며, 학생들에게 북한식 사상교육을 주입한다. 일본 사회 내에서 통합과 교류보다는 ‘폐쇄된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예술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기보다 체제의 도구로 길러진다.
조선신보는 이번 대회를 “조국창건 77돐”과 연계하여 소개했다. 이 말은 곧 학생들의 예술 활동이 ‘북한 체제의 영속성’을 기념하는 행사로 귀속된다는 뜻이다.
예술이 개인의 정체성과 창의력을 드러내는 장르라면, 이 대회는 그 반대다. 오히려 예술이 정치에 예속되는 대표적 사례로, 청소년들이 미래를 상상할 자유마저 ‘혁명가요’의 박자에 맞춰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조선신보가 말하는 “전심전력의 성과”란, 결국 ‘자유 없는 예술’, ‘비판 없는 충성’의 결과다. 진정한 민족교육은 특정 체제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인간의 존엄을 가르치는 데 있다. 그러나 북한식 ‘민족교육’은 청소년들을 예술가가 아니라 체제의 선전원으로 만드는 장치로 변질되었다.
일본 내 재일조선인 사회가 진정으로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평양의 찬가’가 아니라 ‘자유의 언어’를 배울 기회일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