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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41 |
조선신보는 13일자 기사에서 “각지 농촌에서 펼쳐진 흐뭇한 화폭”을 강조하며 황해북도·함경남도 등 여러 지역 농장에서 ‘결산분배’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기사 속 농악무, 새집들이, ‘풍년가’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선전적 장식이다. 그러나 이 과장된 울림의 이면에는 실제 농촌경제가 처한 현실, 구조적 위기, 그리고 주민들이 겪는 식량 불안을 철저히 감추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북한 공식 매체는 해마다 가을이면 ‘풍년’, ‘분배’, ‘환희’를 반복해 선전하지만, 이는 관영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오히려 실제 생산량이 저조하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역시 조선신보는 금천군·삼지연·보천군 등 여러 지역에서 결산분배가 진행됐다고 주장했지만, 수확량이 얼마인지, 농민들이 실질적으로 배급받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국가가 얼마나 가져갔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는 빠져 있다. ‘풍년가’의 볼륨이 커질수록, 주민들이 실제로 받는 몫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탈북민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북한식 결산분배는 구조적으로 농민들의 자율적 성과분배와 거리가 멀다. 분배량 자체는 국가계획 충족 여부에 좌우되며, 강제동원·헌납·지원사업 명목의 회수분이 많고 실제 농민 가구에 돌아가는 식량은 생계 유지에도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매년 ‘분배 행사’를 대대적으로 외화하는 이유는, 실적을 과시해야 하는 상징적 정치행사이기 때문이다. 농악무가 등장하고 젊은이들이 춤을 추며 풍년가를 부르는 장면은 체제 충성의 제스처일 뿐, 농민들의 진짜 삶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조선신보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집들이 경사로 흥성이는 사회주의 농촌”을 강조한다. 그러나 ‘새집’ 홍보 역시 북한 선전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현실에서는 건설 속도에 비해 생활 인프라(전기, 난방, 식수) 설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농장원들이 새집에 입주해도 연료난·식량난으로 생활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며, 일부 지역은 새집에 실제 거주자 없이 전시용으로 비워둔 채 방문객에게만 공개하는 경우도 확인된 바 있다.
새 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과 안정적인 식량 배급이 농민 삶을 바꾸는 핵심이다.
조선신보가 말하는 “흐뭇한 화폭”은 주민들의 복지나 농업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전히 농촌을 정치적 쇼케이스로 소비하는 북한 체제의 오랜 관행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농악무가 아무리 흥겹고, 풍년가가 아무리 크게 울려 퍼져도, 배급표를 들고 줄을 서야 하는 농민들의 하루를 바꾸지 못한다면 이는 축제가 아니라 연출된 무대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