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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가 자국 핵심 인프라가 중국 해킹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공개 경고하면서, 양국 간 정보·안보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허위 서사”라며 반발했지만, 호주 정보 당국은 “상황은 이미 가설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11월 12일(현지시간) 멜버른에서 열린 기업 비즈니스 회의에서 호주 안전정보기구(ASIO) 국장 마이크 버지스는 “스파이 및 사이버 활동으로 인해 지난 1년간 국가적 경제 피해가 125억 호주달러(약 81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중 20억 호주달러는 기업의 영업 비밀 및 지식재산권 탈취 피해다. 이는 기존 기업 해킹을 넘어 국가 단위의 산업 경쟁력 약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버지스 국장은 중국의 국가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지목된 두 해킹 조직, ‘염태풍(Flax Typhoon)’과 ‘볼트태풍(Volt Typhoon)’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들이 미국 통신 시스템에 침투하고 호주 주요 통신·전력·물류 분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탐지하며, 유사시 인프라 파괴를 ‘사전 배치(pre-positioning)’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금 태풍(Salt Typhoon)”이라 불리는 또 다른 조직이 미국 핵심 인프라에 접근한 사례를 지적하며, “호주 통신 네트워크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표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스는 해킹 조직의 목적이 단순한 첩보 수집이 아닌, 정치·군사적 목적의 ‘고영향력(high-impact) 파괴’ 활동 준비라고 못 박았다.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에는 은행 및 금융 거래 중단, 항공·철도 등 교통 운영 장애, 대규모 단수 및 정전, 선거 기간의 공포 조장 및 사회 혼란 유발 등이 포함된다.
그는 “이들은 실제로 실행 가능한 옵션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호주 발표 직후, 중국 외교부는 “허위 서사를 퍼뜨리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호주가 사실을 왜곡해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호주 측에 외교적 교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버지스 국장은 과거에도 중국 정부 관계자가 호주 정부와 민간 기업을 상대로 해킹 관련 문제 제기를 ‘그만하라’고 압박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주 로위연구소 연설에서도 그는 “우리는 서로 감시하지만,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대규모로 훔치지 않는다. 정치제도에 개입하지 않고, 파괴적 활동은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ASIO 국장의 공개 발언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정보기관은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는 데 신중하지만, 이번 발언은*호주가 이미 ‘사이버 공세 대응 국면’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영국·일본 등과 함께 중국 해킹 조직에 대응해 온 호주는, 인도·대만 등과도 사이버 협력 확대를 추진하며 사실상 ‘중국발 사이버 위협 공동대응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해킹을 둘러싼 기술 전쟁이 단순한 산업 스파이 차원을 넘어서 정전·단수·교통 마비 등 국가 기반시설을 겨냥한 ‘전시 대비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호주·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은 중국이 ‘하이브리드 전쟁’ 전략의 일환으로 사이버 공격 능력을 적극 준비해 왔다고 보고 있다.
양국의 외교적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사이버 공간은 이미 보이지 않는 신냉전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