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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42 |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이 ‘꽃망울’ 제품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북한식 경제 선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또다시 보여준다. 즉, 어린이 복지와 지도자의 ‘은정’을 강조하는 화려한 서사 뒤에 실제 생산능력, 식품 안전성, 영양 공급 현실 등 근본적 문제는 철저히 가려진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은 김정은이 “은정어린 조치”로 2015년 완전 현대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식료품 공장들의 주요 문제는 건물이나 설비의 낙후성보다 정작 원료 부족, 전력난, 배급 불안정이다.
현대식 설비를 갖추었다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가동이 불가능하며, 우유·고기·견과류 등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 공정 정상화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그럼에도 기사에서는 김정은이 “생산 정상화가 곧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며 지도자의 애민·후대 사랑 서사를 과도하게 반복한다. 정작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경제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기사에서 강조한 ‘영양 사탕’, ‘애기젖가루’, ‘소고기 암가루’ 등은 북한 매체가 자주 내세우는 대표적 선전품목이다. 그러나 국제기구와 NGO는 북한 어린이의 영양실조율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해 왔다.
특히 저체중 아동 비율 20%대, 북한 가계 식단의 단백질·지방 공급 부족, 농업 생산량 변동성에 따른 식량 불안정 등을 꼽았다.
이런 현 상황에서 ‘꽃망울’ 브랜드의 몇몇 영양식품으로는 구조적 영양난을 도저히 해소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보도는 만성적 영양 부족의 책임을 “대통령의 사랑”으로 덮으려는 정치적 선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북한 매체는 일부 공정이 “식품안전관리체계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HACCP, ISO22000 등과는 전혀 다른 북한 내부 인증 제도에 불과하다.
실제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위생 기준은 공장마다 격차가 크고, 물·전기 부족으로 위생 관리가 일관적이지 않으며, 포장용 비닐이나 첨가제도 중국 저가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리체계 인증”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장’에 가깝다.
기사에서는 미나리가루, 펩티드막걸리, 호두·잣 영양즙 등 각종 ‘천연 영양식품’을 개발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제품들이 실제로 북한 전체 아동에게 공급될 수 있는지 여부다.
북한 경제 구조상 실제로 품질 좋은 식료품은, 평양 시내와 당·군·보위성 등 특권 계층, 외화벌이용 매대 등으로 우선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아동에게는 공급되지 않거나 극히 적은 양만 배급되는 식품도 존재한다.
결국 “어린이 건강을 위한 천연 영양식품”이라는 표현은 특권 계층을 위한 고급 식품을 포장하기 위한 정치적 문구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어린이식료품공장을 통해 북한 체제가 “후대 사랑에 넘친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전형적인 선전기사다.
그러나 현실은 전력난·원료난으로 공장 가동률 불안정과 어린이 영양실조는 여전히 심각하며, 식품 안전성은 국제 기준에 미달하고, 공급은 특권층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 이 모든 문제를 덮어두고, “지도자의 사랑”만 강조하는 보도는 실상과 동떨어져 있다.
북한식 선전에서 ‘꽃망울’은 화사한 이미지를 갖지만, 정작 북한 어린이들의 실제 식단에는 여전히 붉은 경고등이 켜져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