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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42 |
일본 나고야초급학교 창립 8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2일 성대하게 열렸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총련 간부들과 지역 정치인, 일부 일본 시민단체 인사 등 약 600명이 참석해 ‘민족교육 수호’와 ‘우리 학교 자랑’을 강조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조선신보가 묘사하는 행사의 화려함 뒤에는 외면된 문제가 적지 않다. ‘민족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북한 체제의 선전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과 재일동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외면한 채 자축만 반복되는 행사는 진정한 미래를 약속하기 어렵다.
조선신보는 이날 축전을 ‘민족교육 발전의 결의’로 포장했지만, 실제로 총련계 조선학교는 북한의 정치·이념 교육을 주입하는 기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우상화 교육이 교과 과정에 스며 있고, 북한의 공식 노선을 역사·사회 교육의 기준으로 삼는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행사에서 언급된 “조국의 사랑”, “선대의 애족애국정신”이라는 표현은 결국 북한 체제를 정통성의 원천으로 삼는 총련식 사고방식의 반복에 불과하다. 일본 사회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성·중립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총련의 정치적 종속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조선신보는 특히 아이치현 지사와 지방자치단체장, 일본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는 조선학교 측이 매번 활용하는 “일본 사회가 우리 교육을 인정하고 있다”는 선전 프레임의 일환이다.
하지만 일본 정치인들의 참석은 대부분 상징적 제스처 혹은 지역 커뮤니티 배려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실질 지원이나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는 일이 극히 드문 이유는 조선학교가 가진 북한·총련과의 연결성, 즉 ‘정치적 중립성 결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신보는 “동포들의 헌신”, “애국적 상공인들의 지원”을 강조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조선학교가 구조적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 보조금은 대부분 중단되었고, 지방자치단체 지원도 제한적이다. 이에 부모 세대의 총련 이탈 가속화도 급속히 진행중이다.
불안정한 민간기부와 북한식 돌려막기 의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기사에서는 이러한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민족교육 80년의 성과”만을 반복한다.
기사에서는 학생들의 공연, 노래 「우리 학교 자랑」 등을 길게 소개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생략되어 있다. ‘아이들은 어떤 가치관을 배우며, 어떤 세계관을 강요받는가?’
조선학교의 교육은 북한의 “혁명 전통”, “수령관”을 강조하는 이념적 틀에 갇혀 있다. 재일동포 3·4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객관적 교육, 다문화·다원주의에 적합한 시민교육, 일본 사회에서의 실질적 진로 기회이지, 북한식 정치교육이 아니다.
기념행사에서 총련 간부들은 “선대의 뜻을 이어 민족교육을 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고수’가 아니라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 없이 “우리 학교 자랑”만을 노래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조선신보는 이번 행사를 “민족교육을 지키기 위한 결의”라고 아름답게 포장했다. 하지만 80년의 역사는 동시에 총련식 민족교육이 시대에 뒤처진 방식으로 굳어져 온 과정이기도 하다.
재일동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북한 체제 선전이 아닌, 열린 미래를 위한 교육이다. 기념식의 환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80년의 ‘기념’이 아닌, 80년의 ‘반성’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족교육의 미래가 열린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