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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프놈펜의 프린스 인터내셔널 플라자 |
영국 유력지 더타임스가 캄보디아 대형 온라인 범죄단지의 배후로 지목돼 온 프린스그룹(Prince Group) 천즈(Chen Zhi) 회장의 자산 규모와 국제 네트워크를 정밀 조명하면서, 국제 사회가 오래 경고해온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복합 범죄체계’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천즈의 자산은 600억 달러(약 88조 원)로 추정돼, 중남미 마약 카르텔 수괴에 필적하는 규모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발표한 제재 자료에서 천즈의 핵심 수입원은 캄보디아 전역에 설치된 최소 10개 온라인 사기센터로 확인된다. 이곳에는 인신매매된 각국 노동자 수천 명이 구금된 채 전화·메신저·SNS를 이용해 매일 사기 행위를 강요받는다.
미 재무부는 최근 작전에서 비트코인 130억 달러(약 19조 원)를 압수했는데, 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남미 카르텔의 자금세탁 기법은 무수히 봤지만, 이런 규모는 처음이다.”
싱가포르 출신 내부고발자 클리프 테오 역시, 천즈로부터 “나의 순자산은 600억 달러”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
더타임스는 천즈와 중국 공안·국가안전부 관리들과의 관계가 2015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직 중국 정보요원의 증언에 따르면 천즈는 프놈펜에 위치한 자신의 고급 클럽에서 중국 공안부 관료들을 특별히 접대했고, 프린스그룹이 고용한 해커들은 중국 당국의 반체제 인사 추적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된다.
미국 검찰이 확보한 공소장에는 천즈가 캄보디아 정치인, 중국 공안부, 국가안전부 관리들에게 제공한 현금·수백만 달러짜리 고급 시계 등의 뇌물 장부가 기록돼 있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양측의 관계엔 균열도 있었다. 2020년 중국 공안은 프린스그룹에 대한 공식 조사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대만에서 운영하던 계열 은행들 역시 강화된 검증 절차를 적용했다. 천즈는 이후 미국·영국과 같은 서방권으로 자산 이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천즈의 미국 비자는 불허됐지만, 당시 영국이 운영하던 투자 비자(route)를 통해 런던에 입국했다. 해당 비자 제도는 이후 국가안보 우려로 폐지된 바 있다.
천즈는 영국에 입성한 뒤 5년 동안 대규모 자산 매입에 나섰다. 영란은행(BoE) 인근 사무실 건물 매입 9,400만 파운드(약 1,812억 원), 런던 고급 저택 구입·개조 1,200만 파운드(약 231억 원), 친척 명의로 런던 아파트 17채 매입 2,600만 파운드(약 501억 원) 등이다.
이 중 7채는 주영 미국 대사관이 바라보이는 요지였으며, 현재 이들 자산은 영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따라 동결된 상태다. 미·영 정부는 천즈의 금융 흐름이 범죄 수익 세탁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프린스그룹은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천 회장과 그룹이 불법 활동에 연루됐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부당한 자산 동결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다. 검증되지 않은 보도가 직원·파트너·지역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나 미·영 정부가 수개월간 공조해 조사한 사실관계와 압수된 자산 규모, 내부고발자의 상세 증언, 그리고 중국 정보기관과의 연계 의혹은 단순한 추측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보도는 그 거대한 구조의 중심부에 천즈와 프린스그룹, 중국 정보기관이 있다는 의혹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