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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43 |
도쿄에서 열린 제57차 재일조선학생중앙예술경연대회가 조선신보 보도대로 성황리에 개최된 것처럼 꾸며졌지만, 실상은 여전히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북한식 프레임의 반복이었다.
조선신보는 올해 행사에 845명의 학생이 출연하고 168개 프로그램이 무대에 올랐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들도 학생들의 예술 활동을 ‘충성심 고취’의 도구로 삼는 교육 구조를 감추기엔 역부족이다.
학생들이 연습하고 준비한 예술적 성취는 곧바로 “민족성 계승”, “충성의 전통”, “조국의 영광” 같은 정치적 문구로 재포장된다. 예술 그 자체의 창의성·다양성보다 북한식 미학, 조직 동원, 시범식 공연이 우선된다. 학생·학부모의 선택권보다는 조직의 지침과 정치적 의도가 우위를 점한다.
이번 기사에서도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나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보다, “지난해보다 수준이 높아졌다”, “학교들의 노력이 빛났다” 같은 조직 평가 중심의 문구만 반복된다.
조선신보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며 오카야마초중 학생들을 별도 언급한다. 그러나 이런 ‘모범 사례 띄우기’ 방식은 재일 조선학교 보도에서 늘 반복되어 왔다.
특정 학교를 ‘핵심 모델’, ‘충성의 거점’으로 선전하고 정치적 상징화를 통해 다른 학교들에 ‘따라 하기’ 압박하며,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예술 활동을 경쟁과 충성심 과시의 도구로 변화시키는 구조다.
학생들의 예술 활동이 교육적 성취나 즐거움이 아니라 정치·조직적 성과의 소재로 사용되는 모습은 결코 건강한 교육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민족기악 부문에 270명이 참가하고 45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는 점도 강조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악기 확보·수리 예산 부족, 전문 지도자 부족으로 ‘내부 인력 재활용’ 구조, 일본 내에서의 문화 다양성 체험 기회 제한, 음악적 선택권 부족 등이 상존한다.
“즐거운 연주가 성장의 열쇠”라는 기사 제목과 달리,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해야 할 예술적 다양성, 진로 탐색, 자유로운 창작 환경은 제한적인 샘이다.
결국 이 대회는 예술 경연이라기보다 재일 조선학교 네트워크의 충성 의식을 유지하는 연례 행사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 학생의 재능은 체제 선전용 자원으로 사용되고, 예술 활동은 정치적 슬로건을 미화하는 도구가 되며 교육 현장은 조직 유지 논리에 종속되어 버린다.
이는 학생들의 성장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현대 교육의 기본 원칙과 완전히 배치된다.
재일 조선학생중앙예술경연대회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감동적인 문화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학생 예술 활동의 정치화, 조직 중심주의, 선택권 제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의 열정과 재능은 어떤 정치적 목적에도 이용되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과 교육적 성장이라는 본래 목적에 따라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즐거운 연주’의 의미일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