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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44 |
북한 노동신문은 또다시 “증산의 불길”과 “애국열”이라는 수사를 내세워 석탄공업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 곳곳에서 읽히는 것은 체제 선전이 아니라, 심각한 에너지 위기와 구조적 붕괴를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억지로 떠받치려는 정권의 불안감이다.
노동신문은 “운탄선 보수”, “막장 설비 만가동 보장”, “압축기·권양기·펌프 수리”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설비가 이미 노후화되어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모든 상황을 ‘혁명열’, ‘결의’, ‘충성의 선물’이라는 이념적 언어로 덮어버리려 하지만, 실상은 전력·연료·설비 부족에 시달리는 산림 파괴형 구식 탄광 산업의 단말마적 몸부림이다.
기사에는 “채탄중대별 사회주의 경쟁”, “한탄차 더하기”, “한발파 더하기” 등의 표현이 반복된다. 이는 자발적 경쟁이 아니라 성과 압박을 통한 과도한 강제노동을 의미한다. 북한식 ‘사회주의 경쟁’은 노동 조건 개선 없는 생산 압박이며, 이는 항상 다음의 패턴으로 이어진다.
노동신문은 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영양제식당 운영”과 “문화후생시설 보수”를 언급한다.
그러나 지속되는 영양실조·안전사고·월급체불·보호장구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는 단 한 줄도 다루지 않는다. 막장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며, 무너질 위험 속에 일하는 탄부들에게 ‘영양제 한 숟가락’과 ‘후생시설 페인트칠’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청년돌격대의 활약을 강조하는 대목은 오히려 북한의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당일군들이 생활 구석구석을 보살펴준다”는 표현은 청년들이 극한 노동환경에 방치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서술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청년은 광산 돌격대가 아니라 대학·기술교육, 산업현장 안전교육, 직업 선의 자유 등 이런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청년이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예비 자원으로 동원되고 있다.
노동신문이 아무리 “혁명열”, “충성심”, “애국열”로 포장해도 탄광 현장의 실상은 분명하다. 낙후된 설비, 고갈된 자원, 위험한 노동 환경, 만성적 에너지 부족, 강제된 증산 경쟁, 저임금·초장시간 노동이 모든 구조적 문제를 덮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 바로 “당 제9차대회에 드리는 충성의 로력적 선물” 같은 정치적 언어다.
결국 ‘증산의 불길’은 생산성의 상승이 아니라, 체제 유지에 필요한 마지막 연료를 짜내는 강제적 동원 체제의 불길이다.
북한이 진정한 에너지 안정을 원한다면 탄광노동자의 ‘결의’나 ‘투쟁’이 아니라 노후 산업 구조의 전면적 개혁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신문의 기사에서 그런 변화의 조짐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