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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45 |
량강도 곳곳에서 “수천 세대 농촌살림집 건설이 결속됐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대대적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의 주민 생활 실태, 건설 품질, 농촌경제 기반을 외면한 채 ‘집만 지으면 번영’이라는 단순한 구호로 현실을 미화하는 북한식 성과주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운흥군·백암군·보천군 등 량강도 전역에서 “새집들의 문패를 바라보며 환희로 넘쳐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북민과 국경 지역 소식통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근 북한 농촌 주택은 외형적으로는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난방·급수·전력 등 핵심 기반시설이 미비해 실질적인 생활 여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량강도는 산악지대 특성상 겨울 혹한이 심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택에서는 오히려 생존 조건이 악화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고산지대의 풍미를 살린 현대적 살림집”이라는 선전은 외장재 치장과 설계 도면의 미적 요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북한 당국은 모든 건설을 “당의 헌신의 결정체”로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주민 무상노동과 군인건설대의 과도한 동원에 의존하고 있다. 량강도의 새 농촌집 건설 역시 지역 주민들의 의무적 ‘지원노동’, 농장원들에 대한 노동시간 외 추가 동원, 건설목재 및 시멘트의 자력 조달 강요 등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준공식’의 화려한 장면과 달리, 주민들은 집을 얻기 위해 경제적 부담과 노동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는 농촌이 “부유하고 문화적인 리상촌으로 전변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실물을 모르는 외부 선전용 언어에 불과하다.
농업 생산성은 비료·농기계·연료 부족으로 수년째 정체중이며, 토지의 황폐화와 기후 악화로 식량 생산 극히 불안정하고 농장원 배급 미지급·자력 생계 유지 강요등 이런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새집 건설이 농촌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는 공허하다. 결국 이번 대규모 건설도 정권 충성심을 과시하는 정치행사로 기능하는 데 그쳤다.
보도는 문화회관에서 “랑만이 넘친다”, “불꽃놀이로 밤하늘이 단장됐다”고 묘사하며 축제 분위기를 과장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보여주는 장면은 모두 당이 준비한 행사에 동원된 인민들의 연출된 모습일 뿐이다.
새로운 집을 선택할 자유도 없고, 불만을 표현할 언론도 없으며, 건설의 질이나 정책 방향을 비판할 통로도 없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환희’를 보도대로 믿기 어렵다.
북한은 반복적으로 “새집들이”를 선전하지만, 안정적 식량 공급, 난방·전력 문제 해결, 의료·교육의 실질적 접근성 개선, 주민의 경제적 자율성 확대 등 이런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주거지의 외형만 바꿔서는 주민 생활은 나아질 수 없다.
량강도 농촌건설을 ‘성공적 결속’이라고 포장한 이번 선전도 결국 정권의 치적 홍보용 이벤트에 불과하며, 실질적 주민 삶의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연출임이 분명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