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최근 북한 매체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평양종합병원 개원은 ‘세계 일류급 의료봉사기지’로 묘사되며, 김정은 위원장의 ‘애민정신’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포장되었습니다. 시기가 많이 늦었지만 주민들을 위한 병원들이 설립된다는 것은 어쨌던 반가운 일인데요.
문제는 실제 의료 여건은 극도로 불균형하며, 지방의 환자들은 여전히 의약품과 장비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핵무기까지 만들고 있는 북한이 주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의료설비는 여전히 낙후되어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것은 하나의 사례로 공산전체주의를 경험한 나라들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러시아도 얼마나 군사기술이 높은 수준입니까. 그런데 의료수준은 삼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은 주민북지 보다는 체제유지, 그리고 산업을 담당한 기업의 자유로운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북한은 오늘 이 시간, 평양종합병원의 실상과 체제 선전의 의미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노동신문이 묘사한 ‘세계 일류급 의료봉사기지’는 실제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요?
- 노동신문의 표현은 전형적인 정치적 미화입니다. 병원의 외형과 일부 장비는 국제 표준에 근접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의료 체계의 선진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여전히 부품 부족, 인력 부족 등으로 붕괴 직전 상태에 있습니다.
‘일류급’이라는 수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장식일 뿐, 실제 운영 효율이나 약품 공급 체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착공을 지시하고 개원식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평양의 병원은 정치적 상징 프로젝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인민 복지를 강조하며 자신을 ‘자비로운 지도자’로 포장하려 했습니다. 따라서 착공식부터 ‘첫 삽을 뜬 지도자’라는 연출이 계획되었고, 병원은 의료시설이라기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자비’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정치 신전으로 기능합니다. 의료진과 환자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은혜의 수혜자’와 ‘충성의 전달자’라는 특정연극의 역할극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
| 평양종합병원 전경 |
3. 북한 주민들에게 평양종합병원은 실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까?
- 대부분의 주민은 이 병원을 ‘감상용 병원’으로 인식합니다. 일반 주민이 이용하기 어렵고, 지방의 환자는 접근조차 힘듭니다. 따라서 병원은 평양 특권층의 전시용 공간이며, 지방에서는 ‘지도자의 은덕’을 감상하는 간접 경험으로 소비됩니다.
이런 구조는 오히려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평양만이 살 만한 곳”이라는 냉소와 지방 주민들에게는 더 큰 위화감을 확산시킬 것입니다.
4. 북한 매체가 감정적 언어(예를들어 ‘감격의 눈물’, ‘격정을 터쳤다’)를 반복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북한 선전의 핵심은 감정 통제입니다. ‘감동의 합창’은 자발적 감사가 아니라 감사해야만 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언어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통제는 신정체제적 성격 즉 신이 지배하는 사회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다시말해 병원은 과학의 공간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신앙의 무대’로 기능하며, 의료행위는 생명보다는 충성의식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5. 실제 북한의 의료 현실은 어느 정도로 붕괴되어 있습니까?
- 현장 보고에 따르면, 지방 병원의 의약품 자급률은 20% 미만이며, 의료 장비의 70% 이상이 노후화된 상태입니다. 정비나 교체가 원활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약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공의료 체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으며, 시장 의존형 사의료, 민간요법이라는 무면허 시술 등이 비공식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은 이런 붕괴를 감추기 위한 쇼케이스에 불과하다고 보여집니다.
 |
|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 |
6. 그렇다면 북한의 ‘보여주기식 의료’가 장기적으로 체제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단기적으로는 ‘지도자의 자비’ 이미지를 강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큽니다. 실제 의료혜택이 확산되지 않으면 주민의 체제 신뢰는 급격히 약화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경은 닫혔지만 장마당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북한 주민들도 “세계 일류급 병원”이 거짓임을 점점 더 자각하고 있습니다. 의료가 정치 선전에 이용되는 한, 북한의 공공 보건은 회복 불가능한 불신의 구조 속에 갇힐 것입니다.
따라서 평양종합병원은 ‘희한한 전당’이 아니라 ‘정치적 전시관’이죠. 우리가 사용하는 희한하다는 용어는 좀 생뚱맞다. 어처구니 없다 등으로 쓰이는데요. 그 표현이 딱 맞는 것이죠.
북한 체제는 이 병원을 통해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의 신화를 재생산하려 하지만, 그 내부는 비어 있습니다. 진정한 의료의 복원은 지도자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진단과 비판이 가능한 사회, 의사가 과학을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