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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46 |
북한 노동신문은 또다시 ‘련대적혁신’, ‘증산투쟁’, ‘석탄전선의 전진동력’이라는 전형적인 선전 구호로 지면을 채웠다. 그러나 정작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구식 에너지 구조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극단적 동원 체제, 구조적 무능을 미화하려는 정치적 선전일 뿐이다.
스스로 “탄광들에 로력과 설비를 집중하라”는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시가 반복된다는 사실은, 북한의 경제·에너지 정책이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정상국가가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한마디에 전 부처가 총동원돼야만 겨우 굴러가는 비정상국가임을 반증한다.
노동신문은 석탄을 “국가경제의 자립성과 발전잠재력을 강화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세계적 흐름과 완전히 역행하는 낡은 개발 패러다임이다.
전 세계는 고효율 LNG, 재생에너지, 핵융합 기술까지 활발히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석탄 중심의 1950~60년대형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마감나르기(벌목)’, ‘동발나무(갱목) 생산량’을 실적으로 내세운다.
탄광 갱도 지지용 목재 생산을 국가적 성과처럼 포장하는 현실은, 북한의 산업 구조가 얼마나 후진적이며 현대화와는 거리가 먼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동신문은 “련대적혁신”, “집단적 경쟁열풍”, “불같은 열의” 등을 강조하지만, 이는 자발적 혁신이 아닌 상명하달식 동원과 압박에 가깝다. 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적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북한식 ‘혁신’이며, 실제 노동자의 안전·권리·복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기계공업 부문이 “탄광 설비와 부속품을 늘려 생산성과를 높이고 있다”는 표현은, 오히려 북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정상적인 산업이라면 설비·부품은 지속적 공급 체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설비와 예비부품이 상시 부족하고, 기사에서는 “내부예비(부품 뜯어 쓰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는 만성적 설비 노후화와 공급망 붕괴가 이미 심각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림업 부문은 탄광 갱도용 동발나무 생산 증가를 자랑하지만, 이는 경제 낙후의 상징이다. 더 큰 문제는 무분별한 벌목이 산림 황폐화를 심화시키고 홍수·산사태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곧바로 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를 ‘혁신’으로 포장하는 것은 자연 파괴에 대한 심각한 무책임을 드러낸다.
철도국, 제철소, 전기공장까지 석탄증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노동신문의 묘사는 북한 산업 전체가 비효율적 단일 축에 매여 있다는 증거다. 이는 곧 북한 경제가 다양성·균형성을 잃고 단일 에너지원(석탄)에 과도하게 종속된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노동신문 전체 기사에서 단 한 문장도 언급되지 않는 것이 있다. 주민 생활과 안전, 환경 문제다. 북한 선전은 이를 철저히 외면한 채, ‘증산’과 ‘투쟁’이라는 표피적 수사를 반복할 뿐이다.
노동신문이 자랑하는 ‘석탄전선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 붕괴 위기의 징후에 가깝다. 노후 산업, 인력·설비 부족, 무분별한 벌목, 에너지 구조의 시대착오, 정치적 선동에 의존하는 비정상 경제체제 등 이는 북한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상징하며, ‘전진동력’이라는 미화된 표현 뒤에는 극심한 에너지 고갈, 구조적 침체, 절박한 생존의 몸부림이 숨어 있다.
북한이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석탄전선의 “불길”이 아니라 현대적 에너지 구조 전환과 근본적 체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