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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47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이 국가보위성(옛 국가안전보위부)의 창립 80주년을 맞아 방문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기사 속 표현은 “혁명보위의 대들보”, “당의 붉은 방패”, “전위적 역할” 등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러한 축하행사는 북한 주민에게는 기쁨의 대상이 아닌, 오히려 두려움과 감시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관을 미화하는 정치적 의식일 뿐이다.
통신은 국가보위성이 “혁명보위의 전위”라며 역할을 찬양했지만, 국제사회가 알고 있는 보위성의 정체는 다르다. 국가보위성은 정치범 관리, 내부 고발 장려, 체제 비판자 색출, 고문·임의구금·연좌제 집행, 해외 인력 감시 등 북한 공포통치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보도에는 보위성을 “사회주의제도와 인민보위의 강력한 보루”라 했지만, 실제로는 주민의 생명과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 유지 기구일 뿐이다.
주민들은 ‘국가보위성 방문’이라는 뉴스를 접하면 영광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 이는 조직의 본래 성격이 무엇인지 주민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보위성에 직접 방문해 “충성의 행적”, “당의 믿음직한 동행자” 등을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보위성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읽힌다.
우선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한 체제 불안 차단, 경제난·식량난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주민 불만 억누르기, 엘리트층 이탈을 막기 위한 감시·검열 강화, 대외 위기 국면에서 ‘적대세력’이라는 전통적 선전 논리 재가동 등이다.
특히 “한생이 모자라면 대를 이어 보위해야 한다”는 구절은 세습 독재 체제를 위한 세습적 감시 기관을 당연하게 만드는 위험한 발언이다.
기사 곳곳에는 “폭풍같은 만세”, “뵙고 싶던 어버이”, “열광의 환호” 등의 표현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것은 주민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거리가 먼 의례화된 충성 수행과 정치적 강요의 산물이다.
북한 사회에서 최고지도자 앞에서 다른 행동을 택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보위성 행사에서조차 진정성이 없는 사탕발림 표현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통신은 또한 보위성의 80년 역사를 “영광의 년륜”이라고 포장하지만, 이 기관은 다음과 같은 어두운 기록으로 가득하다. 정치범수용소 운영 및 확대 유지, 주민 간 상호 감시 체계 구축, 고문·강제노동·비공개 처형, 해외 파견 노동자 감시 및 통제, 종교·사상·이념 차단을 위한 검열 등 이러한 억압적 기능에 대해 북한 당국은 단 한 줄의 반성도,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의 이번 보도는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와 권력 공고화를 위해 공포 기관을 영웅화하고, 그 실체를 세탁하려는 선전전의 일환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 국가보위성은 축하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와 공포, 그리고 자유의 부재를 상징하는 억압기관이다.
진정한 안보는 주민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할 때 실현된다. 그러나 북한의 ‘80주년 축하쇼’는 그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