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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47 |
북한 매체가 국제축구연맹(FIFA) 2025년 U-17 여자월드컵에서의 대표팀 성과를 대대적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조선신보는 “홈페이지 ‘체육열풍’이 기록적 접속을 보였다”며 주민들의 열광적 관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은 북한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연출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 매체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결승전 때 접속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지만, 외부 세계는 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다수 주민은 인터넷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며, 제한된 인트라넷 사용도 극히 통제된다. 이런 환경에서 특정 홈페이지가 기록적 방문을 기록했다는 말은 선전용 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포츠 경기 일정과 상대팀 전력을 알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는 묘사도 실제 주민의 행동이라기보다, “우리 인민이 체육에 열광한다”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서사 구조다.
조선신보는 여자 선수들에 대한 ‘격찬의 목소리’가 이어진다며 북한 주민의 자부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국제 스포츠 성과는 곧장 정권 정당화 도구로 변한다. 승리를 주민 생활 개선과 연결시키지 않고, “지도자의 은덕”, “체육 강국 건설”, “사회주의 정신력” 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북한 스포츠 보도의 전형적 패턴이다.
여자축구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겪는 영양 부족, 인프라 부족, 부상 치료 부재, 지도자·간부의 정치적 압박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찬사만 넘쳐나는 보도에는 실제 스포츠 발전을 위한 성찰이나 제도적 개선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은 항상 체육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자찬하지만, 실제 북한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식량, 난방, 의약품 부족 같은 기본적 생존 문제다. 전력 사정 악화로 야간 경기 관람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체육 기자재는 만성 부족 상태이고 지방 학교 체육은 축구공 하나를 나눠 쓰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열풍’이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는 주장은 정권 홍보용 슬로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포츠는 본래 인간의 기술·경쟁·팀워크를 즐기는 문화 활동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언제나 정치적 충성, 지도자 우상화, 사회주의 정신력 고취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스포츠 본연의 가치—공정성, 자율성, 창의성—은 사실상 실종된다.
조선신보의 이번 보도는 북한 특유의 스포츠 선전 패턴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자축구 선수들이 혹독한 환경에서도 성과를 냈다면 그 자체로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 성과마저 주민 통제와 체제 미화에 이용된다면, 이는 스포츠 발전이 아니라 체제 유지용 선전 도구화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