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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베이징에서 벌어진 외교적 무례가 양국 관계를 더욱 경색시키고 있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국장이 중국 류진쑹(劉金松) 외교부 아주사 사장을 만나고 베이징을 떠나려던 순간, 중국 측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류진쑹 사장은 가나이 국장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거만한 자세로 자리에 높게 앉아 상대국 대표를 내려다보는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국제적 관례를 무시한 불량배식 행동”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교적 접견에서 상대국 대표를 존중하는 태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중국 측의 이번 행동은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니라, 일본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 관련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 정부가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가나이 국장은 18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에 일본의 안보 정책은 변함없음을 설명하고,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행동을 피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와 배웅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측의 태도는 일본의 우려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되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여행 경고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중국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중일 간 소통 채널은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 측의 최근 일련의 조치를 사실상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일본 고위 인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까지 내렸다. 중국 유학생들에게도 일본 유학을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양국 인적 교류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중국발 여행 취소 사례가 늘어나며 경제·문화 교류까지 타격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번 외교 갈등의 불씨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국회 답변에서 비롯됐다. 그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할 경우 “존망 위기 사태”가 되어 자위대가 집단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철회할 의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 결과 일·중 간 첨예한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번 베이징에서의 무례 논란은 그 대립의 상징적 장면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이 한국·필리핀 등 주변국에 보였던 ‘전랑외교(戰狼外交, Wolf Warrior Diplomacy)’가 일본을 향해 노골화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류진쑹 사장의 태도는 단순한 개인의 불손함이 아니라,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신경질적 대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다.
양국은 전략적 호혜 관계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은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외교적 의전마저 무너진 이번 사태는 일·중 관계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 다시 한 번 드러낸 셈이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