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48 |
북한이 또다시 지방발전 선전의 일환으로 강동군병원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치켜세웠다. 노동신문은 이를 “시대가 재촉하는 세기적 대업” “전면적 문명개화의 설계도” “조선의 속도”라는 과도한 수사로 장식하며 김정은의 ‘성과’로 포장했다.
하지만 화려한 준공식 이면에는 지방 보건의 구조적 붕괴와 지속 불가능한 건설 쇼라는 북한 특유의 현실적 모순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뿐이다.
노동신문은 강동군병원 준공을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라며 김정은의 업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병원 건립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병원 자체가 아니라 북한식 정치 연출이다.
김정은 도착 순간 “만세”를 외치는 대규모 환호, 꽃보라, 풍선 날리기, 테이프 커팅 등 전형적인 우상화 연출, 군인건설자들의 ‘복무의 땀’을 부각하며 충성 경쟁 선동, 건설 과정·운영 방식조차 “교본적”이라고 규정해 사상사업화 등 실제 의료 인프라 개선보다는 김정은 개인 숭배 이미지 강화와 ‘20×10 정책’이라는 새 정치 브랜드의 홍보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북한이 아무리 ‘현대적’ 병원을 지었다고 선전해도, 주민들의 체감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선 의사가 부족해 병원을 돌아가며 근무하는 지역이 태반이고, 의료용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 수술 집도기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항생제·기본 진통제마저 시장에서 사야 하는 “유상 의료”로, X-ray, CT 장비 등은 설치는 되어 있어도 전력·부품 부족으로 가동 불가 상태이다.
북한 의료 붕괴의 핵심은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이런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준공식’이라는 형태적 성과만 부풀렸다.
신문은 강동군 주민들이 “수도시민들과 다름없는 선진적 의료봉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의 지방 병원은 준공 직후만 번지르르할 뿐, 몇 달이 지나면 실태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강동군병원 역시 이 같은 북한의 전형적 패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수많은 선례가 증명한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이를 “조선의 속도”라 부르며 건설 속도전이 본격화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속도전이 주민 복지와 무관하게 정치적 성과를 앞세우는 위험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결국 ‘속도전 개발’이란 이름의 정치 프로젝트가 주민 복지 향상보다 우상화 선전과 당의 과업 달성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강동군병원 준공식은 북한 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병원을 지어도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약품 공급 시스템, 기본 진료가 가능한 지역 의료 인력 확보, 전력 공급 안정화, 응급·전염병 대응 체계 마련, 환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 과제는 정치 선전의 무대 뒤로 밀려났다.
북한이 말하는 ‘우리식 보건 현대화’는 건물만 새로 지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낡은 발상이다. 강동군병원 준공식은 지방 의료 인프라 개선의 출발점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실과 괴리된 정치 이벤트라는 사실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이 진정으로 주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필요한 것은 병원 준공 쇼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정상화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여전히 건물만 짓고 ‘혁명적 결심’을 외치는 나라, 즉 현실보다 ‘화보용 병원’이 먼저인 사회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