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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49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1월 21일 대대적으로 보도한 회양군민발전소 준공식은 표면적으로는 “강원도정신의 위대한 승리”이자 “당대회를 위한 자력갱생의 로력적 선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번 준공식 역시 정치적 충성 경쟁을 위한 전형적인 동원 극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전소 준공이라는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조차 “당 앞에 결의”, “충성의 선물”, “위대한 어버이의 은덕”이라는 정치적 수사로 포장되는 현상은 북한이 얼마나 정상적인 행정과 정책 체계에서 이탈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력 인프라 확충은 주민 생활 개선을 위한 기본적 공공정책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사업조차 주민의 권리가 아니라 당과 최고지도자에게 바치는 조공으로 왜곡된다. 이 같은 체제는 주민의 삶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체제 유지와 지도자 우상화에 정책의 목적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앙통신은 강원도 내 6개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자립의 새 역사”, “난공불락의 정신력”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대규모 토목 사업은 주민·군인 노동력 동원을 기반으로 이뤄지며, 기계화 부족, 최소한의 안전·환경 기준 미비, 계획 중심의 비효율적 공사 방식 등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북한의 중소형 수력발전소는 계절적 수량 변동에 취약해 실제 전력 공급 능력이 불안정하며, 여러 시설은 준공 직후부터 가동률 저하 문제를 겪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건설 여부” 자체만을 업적화하며 실효성 평가는 외면한다.
보도는 김정은이 현장을 찾자 “하늘땅을 진감하는 만세”, “감사와 눈물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식 선전 기사에서 반복되는 의례적 문구이며, 실제 주민과 돌격대원·군인들이 혹독한 노동 조건, 식량 부족, 장시간 강제 동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부 증언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발전소 건설이 진정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김정은 찬송’을 강요당하는 준공식이 아니라 안전한 노동 환경·정당한 보상·충분한 먹거리·실질적인 전력 공급이다.
북한은 수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사회다. 그러나 노후화된 전력망, 석탄·수력 편중 구조, 외부 자본·기술 부족으로 인해 국가 전력난은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중소형 발전소 몇 곳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선전은 사실상 전력난의 근본 원인을 의도적으로 가리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일 뿐이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강원도를 “자력갱생 선구자도”로 치켜세웠지만, 자력갱생은 결국 주민에게 비용과 노동을 전가하고 당국이 책임져야 할 인프라·복지 기능을 회피하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준공식 또한 실제 발전소의 성능이나 주민 삶의 개선 여부와는 무관하게 당 대회를 앞둔 충성 과시용 성과 부풀리기 이벤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