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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초밥 인증샷'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파인애플 인증샷' - 인터넷 캡쳐 |
대만 정치권이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일본 여행 장려, 일본산 수산물 구매 독려 등 ‘친일 소비 캠페인’에 나섰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재개하자 대만이 ‘경제적 연대’로 맞서는 형국이다. 2021년 중국의 파인애플 금지 조치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파인애플 사진을 올리며 대만을 응원했던 사건이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만 집권당 “일본이 외롭지 않게 하자… 여행·수산물 소비로 연대 증명해야”
대만 중앙통신사와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진당 치우이잉 입법위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유사시는 곧 대만 유사시”라고 강조하며 일본 여행 지원 정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1천 대만달러 항공권 지원 등 즉각적인 행동으로 일본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린추인 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대만산 파인애플을 먹으며 연대 메시지를 보냈던 사례를 언급하며, “대만이 이제 은혜를 갚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일본 수산물 더 사기, 일본 여행 더 가기”를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관광 장려를 넘어, 중국의 경제 압박에 대한 ‘정치적 소비’이자 지역 안보 연대라는 메시지가 겹쳐진 것으로 풀이된다.
■ 가오슝 시장까지 동참…“일본 총리 지지, 교류 확대할 것”
대만 남부의 최대 도시 가오슝의 천치마이 시장도 같은 날 “가오슝시는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한다”며 일본과의 교류 강화를 약속했다. 그는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동아시아 안보 질서에 밝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대만 간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지방정부까지 나서 일본 총리에게 공개적 지지를 표명하는 이례적 행보로, 중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 주일 대만대표부 “중국의 금지 조치, 일본 경제 겨냥…대만이 도와야”
주일 대만대사 격인 리이양 대표는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를 “일본 경제 흔들기”라고 비판하면서, “대만–일본 우호를 사랑하는 모든 대만인이 일본 수산물을 폭발적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민간 차원의 ‘선의의 소비’를 제안한 셈이다.
이번 흐름의 불씨는 라이칭더 총통의 SNS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재개하자, 라이 총통은 대만산 오징어와 일본 홋카이도산 가리비가 들어간 초밥 사진을 직접 올렸다.
그는 메시지에서 “대만과 일본의 굳건한 우의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을 향해 대만–일본–미국으로 이어지는 안보 협력 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 중국의 경제 보복 vs 동아시아 민주주의 연대 구도
중국이 ‘경제 조치’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대만과 일본이 ‘소비와 관광’이라는 방식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최근 동아시아 정세의 특징을 보여준다.
중국은 ▲대만산 파인애플 금지(2021)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일본산 어류 금지(2023)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일본산 수산물 추가 금지(2025) 등 경제적 압박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만 정치권·지방정부·민간이 동시에 대응에 나서면서 중국의 압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만의 일본 응원 캠페인은 단순한 ‘친일 정서’가 아니다. 이는 중국의 압박에 직면한 민주주의 진영 간 상호 지지, 안보적 연대가 경제·여행·소비 영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이다. 즉, 중국의 경제 보복 → 대만·일본의 연대 강화 → 지역 안보 축 강화라는 흐름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 정치권의 ‘일본 응원 드라이브’는 향후 일본–대만 간 경제, 외교, 안보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