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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0 |
북한 매체가 또다시 ‘당의 교육중시사상’을 내세우며 각지 대학에서 ‘설계 인재 육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기사에 담긴 화려한 표현과 달리 북한의 고등교육 현장은 만성적 자원 부족, 낙후된 기술 환경, 현장과 괴리된 이론 중심 교육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건축대학이 학생들에게 ‘5차원 설계’를 가르친다고 주장하며, 설계실 담당 교원의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한 집중 강의를 조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교육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5차원 설계’는 국제 설계 기준이나 첨단 CAD 기술과 무관한 북한식 선전용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북한은 최신 설계 소프트웨어, 고성능 그래픽 장비, 데이터 처리 능력 등 ICT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해외 기술 접근도 제재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적 발전 추세’를 논하는 것 자체가 껍데기뿐인 정치적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평성공업대학이 지방공업공장과 농촌 살림집 현장 참관을 조직했다고 하지만, 이는 실제 설계 실습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의 대부분 지역 공장과 농촌 시설은 현대적 설계 기준과 설비가 거의 없으며, 학생들은 낙후된 환경을 둘러보는 수준 이상을 경험하기 어렵다. ‘실천능력·활용능력·설계작성능력 제고’라는 표현은 선전 목적일 뿐, 실제 교육적 성과와 연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강계·사리원공업대학 학생들이 지역 설계연구소와 연계해 설계를 진행했다고 하는 부분도 문제다. 북한에서는 대학생들이 각종 국가 과제나 건설 사업에 무상 참여하도록 동원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른바 ‘실무적 자질 향상’이라는 표현은 본질적으로 학생 인력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정당화하는 용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의주공업기술대학이 ‘선진 설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언급하지만,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 제재로 인해 합법적인 소프트웨어 구매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용 PC나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가 낙후되어 있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북한 대학에서는 1990~2000년대 수준의 단순 CAD 프로그램이나 복제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신 3D 설계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순천공업기술대학을 비롯한 각 대학이 이론과 실기를 결합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북한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가리기 위한 정치적 포장에 불과하다.
북한의 고등교육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교원 역량 부족으로 최신 설계 기술을 제대로 습득한 교원이 거의 없다. 또한 교육 인프라 낙후로 실습 장비·컴퓨터·소프트웨어 모두 태부족이며, 현장과의 괴리로 북한 건설·산업 현장 자체가 구식이다. 그리고 정치적 통제로 인해 교육 내용이 실무보다 ‘사상 학습’에 집중되어 있는게 현실이다.
결국 “능력 있는 설계 인재 육성”이라는 표현은 교육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선전적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이 반복하는 ‘설계인재 육성’ 보도는 북한이 첨단기술 국가처럼 보이기 위한 체제 선전의 일환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반 없이 화려한 구호만 난무하는 구조에서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 전문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북한의 대학 교육은 실체 없는 ‘5차원 설계’가 아니라, 노후한 교육 시스템과 정치 선전 중심 교육이라는 ‘현실의 1차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