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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0 |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철도성당학교 교원들이 “새시대 당건설사상과 리론을 교수사업에 구현하기 위해 토론과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선전했다.
기사 속 표현만 보면, 마치 전문 교육기관이 새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혁신적 교육을 준비하는 듯한 착시를 준다. 그러나 현실의 민낯은 정반대다. 이는 교육의 질 개선이 아니라 정치사상 충성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사상학습 공장화’의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일반 국가의 당학교라면 공공행정, 정책 분석, 지방행정 리더십 등 실무 중심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의 당학교는 오로지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강화, 사상교양, 문헌 학습이 중심이다.
노동신문이 강조한 “총비서동지의 당건설사상과 리론” 역시 다르지 않다. 이는 현대적 당 운영이나 정책 집행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김정은 개인의 발언과 지시를 절대화하는 정치적 교리에 가깝다.
이런 구조에서 ‘교수의 질 제고’란 실무 능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조적 문헌 암기와 ‘충성 담론 반복 능력’ 향상을 뜻한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 심사장인 셈이다.
노동신문은 철도성당학교가 “우리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갈 혁명의 지휘성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 속에서 인민대중은 권력의 대상도, 교육정책의 평가 기준도 아니다.
북한의 간부 교육이 정말 인민 중심이라면, 최소한 다음의 내용들이 논의돼야 한다. 열악한 철도 인프라 개선 전략 수립과 만성적 전력난 속 운행 안전성 문제 해결 방안 강구, 부정부패로 마비된 철도 물류 개혁, 그리고 지역 경제와 연결된 철도망 현대화 정책 등이다.
하지만 단 하나도 다뤄지지 않는다. 대신 모든 교육의 중심에는 “령도자의 사상 완전 관철”이 들어가며, 정책적 고민은 주변부로 밀려난다. 결국 북한식 ‘인민제일’은 인민이 아닌 지도자를 위한 충성 경쟁일 뿐이다.
철도성 당학교는 철도성 산하의 간부 양성 기관이다. 그러나 현실의 북한 철도는 노후화, 사고 위험, 만성적 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기술, 경영, 안전관리 등 실무 중심 교육이 필수지만, 당학교에서는 그러한 실질적 교육은 부차적이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토론과 연구의 방향이 ‘당건설사상’으로 수렴된다면, 그 결과는 명확하다. 이는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비효율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다.
철도성 당학교의 ‘새시대 당건설사상 구현’ 선전은 교육 혁신을 가장한 정치적 통제 강화에 불과하다. 현장 전문성은 사라지고, 충성의 형식만 남는 북한의 간부 양성 방식은 결국 악순환만 반복한다.
이 악순환 속에서 인민의 삶은 언제나 뒷순위로 밀린다. 노동신문이 아무리 화려한 사상 구호를 내세워도, 북한의 교육기관이 현실 정책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새 시대 창조’는 요원하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