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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50 |
북한 매체들은 회양군민발전소 준공을 두고 ‘강원도정신의 기적’ ‘자력부흥의 상징’이라는 장밋빛 선전을 쏟아냈다.
조선신보 또한 《강원도정신창조자들이 받아안은 크나큰 영광》이라는 기사에서 노동자들을 “시대정신의 창조자”로 추켜세우며 김정은의 ‘은덕’을 반복해 강조한다. 그러나 화려한 찬양의 문구 뒤에 있는 현실은 자력갱생이라는 이름의 강압적 동원과 만성적 전력난을 가리기 위한 정치적 상징 만들기에 가깝다.
조선신보는 “강원도가 자체 힘으로 6개의 수력발전소를 완공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도 결의’에 따른 전 인민적 강제노동의 결과물이다. 기사 곳곳에는 노동자와 주민들의 ‘눈물겨운 분투’가 미화된 형태로 드러난다.
한 로동자는 “봄·겨울 가리지 않고 5년 동안 현장에서 살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은 “자식 셋을 맡겨두고 공사장에서 살았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는 ‘애국의 헌신’이 아니라, 기본적 노동권과 생계권이 무시된 비자발적 장기노동의 증언이다. 국가가 공사 기간 동안 생계 지원은 고사하고, 안전·보건 장치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다른 지역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북한 당국은 이를 “고결한 헌신”으로 포장하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희생을 체제 선전의 소재로 삼는 전형적 수사에 불과하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수력발전소 건설을 집중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수력 위주의 전력 구조 자체가 가뭄·계절·노후화에 취약하다. 강원도의 6개 발전소 역시 실제 전력 공급량이 얼마인지, 지역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지, 주민 생활과 산업 부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어떤 객관적 수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북한이 추진하는 중소형 수력발전은 공사 당시에는 ‘치적’으로 포장되지만, 완공 후에는 유량 부족·설비 부식·부품 조달 불가 등으로 가동률이 급락하는 것이 상례다.
그럼에도 매체는 “자력갱생의 성새”라는 추상적 표현만 반복한다. 이는 실제 성과보다 정치적 의미 부여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선전 구조다.
기사 전체는 “김정은의 사랑”, “위대한 어버이”, “믿음을 보석처럼 빛내주셨다”와 같은 개인 숭배 표현으로 가득하다. 노동자·주민의 공로는 철저히 개인 지도자의 ‘배려’에 종속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감격에 눈물이 쏟아졌다’는 서술이 몇 차례 반복된다는 점이다. 감동과 충성을 강요하는 문장 구성은 북한 선전물의 전형적 방식이며, 실제 현장 노동자들의 삶이나 고통은 철저히 감춰진다.
조선신보는 강원도의 성과가 량강도·함경남도·회령 등 타 지역을 ‘고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곧 “강원도도 했으니 너희도 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 도 단위 경쟁을 통한 노동 동원 효율 극대화와 주민 부담 증가와 생계 불안 가속화로 연결된다.
각 도 간 ‘발전소 건설 경쟁’은 지역 주민에게 휴일 반납, 장기노동, 각종 징발과 부역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정신’은 실질적 발전 모델이 아니라, 전국적 동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조선신보의 기사에서 반복되는 감동·충성·감격의 서사는 체제의 취약성을 감추기 위한 기능을 한다. 북한이 말하는 ‘강원도정신’은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강제 동원의 미화이며, 실제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과시공사의 연속임과 동시에 지역 발전이 아니라 구호 중심의 감정 정치를 의미한다.
6개의 발전소 준공은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것처럼 ‘부흥의 기적’이 아니라, 만성적 전력난과 경제 무능이 낳은 고통스러운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강원도 주민들이 이미 톡톡히 치렀고, 앞으로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