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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1 |
북한이 또다시 “선경마을”이라는 미사여구를 앞세워 평양 형제산구역 형산남새농장의 새집들이를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현대적인 문화주택이 일떠섰다”며 김정은의 “열화 같은 사랑”을 강변했지만, 이 장면 뒤에는 농업 생산 기반 붕괴와 정치적 이벤트화에 갇힌 농촌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치적 수사를 동원했다. “선경마을” “복받은 인민의 웃음” “열화같은 사랑과 헌신” 등 새집 몇 채를 짓는 단순한 건설행위조차 김정은 개인숭배를 강화하는 선전행사로 포장한다. 건설의 성과는 집단의 노력이나 지역사회 발전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은혜로 귀속된다.
특히 새집 입사모임에 당·정권기관 일군들이 총출동하는 구조는 북한 특유의 정치의식화 체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 국가라면 지역 개발의 일환일 뿐인 새 주택 입주가 북한에서는 정치 행사로 전환된다. 그만큼 체제는 주민들의 ‘일상’을 행사화하여 충성심을 재생산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반복적으로 내세우는 “현대적인 문화주택” 선전은 실제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기 어렵다.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토질 개선, 관개 시설 확충, 농기계 현대화 같은 실질적 농촌 기반 강화는 멈춰 있다. 대신 외형만 화려한 주택 단지를 짓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노출한다.
계획경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지방 건설은 군인노동력 동원, 지역 단위의 ‘현물 부담’, 주민들의 무상노동 등에 의존한다. 새집이 ‘연속적으로’ 건설된다는 것은 현실적 수요보다 정치적 목표가 앞선다는 증거일 뿐이다.
집만 새로 지어도 식량난과 영양 부족, 농기계 부족, 낮은 생산성, 만성적 전력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복받은 인민의 웃음”이라는 표현과 달리 여전히 불안정하다.
일군들이 새집 주인들을 찾아 “생활용품을 안겨주며” 기쁨을 나누었다는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김정일 시기부터 내려오는 북한식 ‘선물 정치’의 전형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 배급과 복지를 제도화하기보다, ‘시혜적 선물’ 형태로 제공해 지도자와 주민의 종속적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런 선물 퍼포먼스는 농촌 주민의 실질적 생활 개선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주민들의 자립적 경제 활동을 구조적으로 억제한다.
형산남새농장의 새집들은 언론 보도처럼 “한 폭의 그림”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그림은 농업 붕괴, 노동력 유출, 에너지·자재 부족, 지역 격차, 구조적 식량난이라는 실제 농촌 위기를 가리지 못한다.
북한의 새집들이 선전이 반복될수록 드러나는 사실은 단 하나다. 겉모습만 바뀐 건설 쇼가 아니라, 농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 없이는 북한 농촌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는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