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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1 |
북한 노동신문이 또다시 ‘청년 영웅서사’를 대대적으로 띄웠다. 이번에는 수도 평양의 90여 명 청년들이 강동종합온실농장으로 자발적으로 탄원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 담긴 익숙한 문구들—“전렬에서 내달리는 청년들”, “애국의 보람”, “청춘의 자서전”—은 이미 반복되고 고착된 정치적 동원 프로파간다의 또 다른 변주일 뿐, 실제 청년들의 선택이나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노동신문은 “수도 청년들이 당 중앙의 숙원을 받들기 위해 농장에 보내달라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탄원제기’는 선택이 아니다. 청년동맹·지역 당 조직의 성과 경쟁, 상급기관의 ‘충성 지표’ 맞추기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제 형식의 강제 배치다.
청년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다. 충성 경쟁에 참여해 조직의 ‘모범 청년’으로 남거나 참여하지 않아 정치적·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특히 ‘강동종합온실농장’은 지난해부터 주민 대상 선전사업의 핵심 모델로 이용되며, 당이 지시한 중점 현장으로 젊은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끌려가는 대표적 지역이다.
평양에서 90여 명의 젊은이가 농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이는 북한 경제가 겪는 만성적인 노동력 고갈을 보여주는 신호다.
노동신문이 강조하는 ‘청년공원 야외극장에서의 축하 행사’, ‘탄원증서 수여’, ‘토론’ 등은 북한이 매번 반복하는 정치의식화 의례다. 정해진 문구와 형식 속에서 탄원자들은 ‘결의를 표명’해야 하고, 청년동맹 일꾼들은 ‘영예로운 임무’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이벤트의 목적은 단 하나다. “당 제9차대회를 앞두고 수도 청년들이 충성 경쟁에 앞장선다”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실제 현장에서의 노동 조건이나 청년들의 삶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정치적 구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 구조가 이를 명확히 드러낸다.
북한 당국은 청년들을 “혁명의 전위”, “보배”, “주력군”이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청년들은 노동력 부족, 지역 기반시설 미비, 경제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청춘의 자서전”은 청년들이 스스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 속에서 ‘영웅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 불과하다.
이번 기사는 북한 청년들이 얼마나 ‘충성적’인지 보여주려는 선전물이지만, 오히려 청년층의 이탈·방황·경제 기능 약화라는 구조적 위기를 반증한다. 도시 청년들이 농장으로 끌려가는 사회를 두고 “전면적 국가부흥의 활로”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북한의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증서’나 ‘결의문 낭독’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 교육과 노동의 실질적 기회, 그리고 존엄 있는 삶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