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의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발언을 문제 삼으며 “자위권 행사”, “침략행위 대응”을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동아시아의 긴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쪽은 중국 자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고는 사실상 적반하장적 외교행동이다.
중국이 스스로 무력으로 지역 안보를 흔들어 놓은 뒤, 주변국의 방어적 관심과 대응을 ‘침략’으로 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 먼저 군사력 과시하고 먼저 위협한 건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대만 주변에서 역대급 규모의 군용기·군함 활동, 대규모 실탄훈련, 경제·외교적 압박, 전쟁 연습에 가까운 상륙작전 시늉을 반복해 왔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일본이 대만에 개입할 경우 침략행위로 간주해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유엔 공식 서한까지 보내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이 대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중국의 말과 행동이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면, 일본·미국·한국이 굳이 대비책을 논의할 이유도 없다.
긴장은 중국이 만들고, 그 긴장을 이유로 중국은 다시 주변국을 비난한다. 이는 그야말로 ‘위협의 악순환’을 스스로 만든 뒤 타국 책임으로 돌리는 전략적 모순이다.
■ “적국 조항”까지 꺼내 위협… 시계가 1945년에 멈춘 듯한 중국 외교
주일 중국대사관은 일본을 향해 “적국 조항”을 거론했다. 이는 2차대전 패전국을 향한 규정으로 사실상 국제사회에서는 사문화된 조항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 낡은 조항을 들먹이며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친다.
‘일본이 움직이면 중국은 안보리 승인 없이도 군사행동 가능’, ‘일본은 다시 군국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발언은 ‘재침략의 신호’다‘ 등등
하지만 정반대다. 군사력 확장·영유권 공세·강압적 외교·타국 내정 간섭으로 동아시아를 위협하는 건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다. 과거사를 들먹여 주변국의 정당한 안보 논의를 ‘침략적 야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중국 외교의 구태한 이중 기준일 뿐이다.
■ “전쟁 위험” 운운하지만 정작 위험은 중국의 언행에서
중국 관영매체는 “전쟁을 좋아하면 멸망한다”고 일본을 비난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전쟁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반복한 나라는 중국이다.
대만 침공 시뮬레이션과 군사훈련,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화, 주변국 군함·항공기 위협, 경제보복을 통한 강압 외교 등 이런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 온 국가가, “ 본의 유시 대비”라는 방어적 언급을 ‘전쟁의 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스스로의 행동을 전혀 성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 ‘군사적 긴장 조성 → 주변국 우려 → 중국의 역비난’ 구조의 고착
중국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다음과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먼저 중국이 긴장을 조성한후 군사훈련, 미사일 발사, 강압 외교로 나오고 주변국은 안보의식 강화로 대응한다. 미국·일본·한국이 대만 유사시 대비 논의를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임에도 중국은 이를 ‘침략행위’라 규정하고 더 강하게 비난하는식이다.
즉 중국은 스스로 만든 불안정성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미명 아래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은 늘 “대만은 내부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대만 주변에서 중국이 벌이는 행동은 이웃 국가들 모두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온다. 대만은 세계 공급망·해상교통·동북아 전략지형의 핵심이며, 그 안정을 흔드는 것은 단지 ‘중국의 내부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주변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한, 동아시아는 결코 안정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긴장 완화는 중국의 무력 위협 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 중국이 ‘침략’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일본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대만 유사시에 일본 안보가 직결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반응은 강압적 언행으로 지역 긴장의 원인을 제공해온 스스로의 행동을 덮기 위한 정치적 선전이다.
중국이 주변국을 향해 “군사개입은 침략”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들이 대만해협과 동아시아 전체 안보를 흔드는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
지금의 중국은 긴장을 만들고, 그것을 이유로 더 강한 긴장을 주장하는 전형적이고 위험한 국가로 비치고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