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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2 |
북한이 『김정일전집』 제68권을 또다시 출판하며 이를 “영생불멸의 총서”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전집이 다루는 시기—2004년부터 2005년—는 김정일 체제가 선전하는 ‘고전적 로작’의 화려한 외피와 달리, 북한 사회가 경제 붕괴와 주민 통제 강화의 이중고에 시달리던 시기다. 정권은 이를 감추기라도 하듯 ‘집단주의’와 ‘사상혁명’을 내세워 김정일의 말을 또 한 번 금과옥조처럼 포장하고 있다.
■ ‘영생불멸의 총서’? 실상은 사상 통제 지침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집이 “사상혁명을 힘있게 벌릴 데 대한” 김정일의 담화를 수록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상혁명이란 결국 주민들의 비판적 사고를 봉쇄하고, 정치·사회·경제적 실패로부터 ‘수령’을 보호하기 위한 통제 강화 정책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은 이미 고난의 행군을 간신히 벗어난 직후였고 암시장을 통해 간신히 생존하던 주민들에게 정권은 다시 집단주의·충성심·반개혁 사상을 강요했다. 이번 전집은 그 억압적 체제의 지침서를 ‘고전적 로작’이라 부르며 미화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 인민군 미화? 군대 내 인권침해는 외면
전집은 ‘상하일치·관병일치’를 강조하며 인민군대의 ‘미풍’을 자랑한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실의 인민군은 연료·식량 부족, 보상 없는 강제노동, 인권 유린이 만연한 공간이었다.
북한이 말하는 ‘군인생활 개선’은 미미한 개선조차 없는 허구이며, 군 생활의 실상을 아는 탈북자들은 “개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고 증언한다. 이번 전집은 그러한 비극적 현실을 감춘 채 ‘군대는 곧 수령의 방패’라는 정치적 선전에만 몰두한다.
■ 문학·예술을 체제 선전 도구로 동원
전집에는 문학예술 창작가들에게 ‘당의 의도에 맞는 작품’을 만들라는 지침도 포함된다. 예술을 통해 주민들의 ‘투쟁을 고무’하라는 지시는, 결국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마저 정치 선전의 도구로 만든다는 뜻이다.
이 시기 북한 문학예술은 독창성·비판성은 이미 사라지고, 선군정치·수령 우상화·체제 미화라는 세 가지 주제만 반복했다. 전집 출판은 이러한 사상적 규범을 다시 강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 관광·청년·문학까지 총동원한 ‘정치적 장식물’
칠보산 관광 사업이나 청년 대상 혁명 소설 배포 지침 등이 ‘이론·실천적 해답’이라고 소개되지만, 실상은 주민들을 체제 선전에 더 깊이 끌어들이는 수단이다.
칠보산은 자연환경 개선이 아니라 ‘혁명성지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청년들에게 ‘혁명 소설’을 보급하라는 지시는 사상 주입 강화 정책의 연장선이었다.
■ 왜 지금 또 전집인가
북한이 김정일 전집을 68권까지 계속 출판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김정은 시대의 실패를 김정일의 ‘유산’으로 포장해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경제난, 식량 위기, 주민 통제 강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과거 ‘영도자’의 말을 반복해서 출판하는 것은 현재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정치적 장막이다.
체제 정당성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김일성·김정일의 ‘말’을 다시 꺼내 들고, 이를 “고전”이라 부르는 관행은 북한 정권의 불안감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바로미터다.
■ ‘전집 출판’은 진실을 덮는 또 하나의 선전물
북한이 말하는 “영생불멸”은 사상 통제의 영속화를 뜻할 뿐이다.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기록을 ‘전집’으로 포장하는 행위는 과거의 실패를 숨기고, 현재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권 특유의 자기 미화다.
화려한 표지 뒤에 감춰진 것은 문서화된 선전 문구일 뿐, 북한 주민의 현실도, 고통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