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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52 |
조선신보가 또다시 전통 식품을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고 나섰다. 조선신보는 평양술공장이 새로운 양조기술을 적용해 감홍로의 “맛과 향기”가 개선되었다고 선전하고, 이를 “건강에 좋은 술”로 미화하고 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그 실체를 짚어보면 전통성도, 기술혁신도, 실질적 생산여건도 담보되지 않은 전형적인 선전 기사에 불과하다.
조선신보는 “새로운 양조기술”이라는 표현을 반복하지만, 정작 기술의 정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어떤 발효공정이 바뀌었는지, 원료 구성은 무엇인지, 생산량 증가가 어느 정도인지, 품질 관리를 위한 실험 데이터가 존재하는지 어떤 것도 없다.
북한의 선전 기사에서 늘 반복되는 ‘신기술’ ‘현대화’라는 단어는 언제나 구체성이 없는 선언적 표현에 그친다. 이번 감홍로 역시 실체 없는 ‘기술혁신’ 프레임으로 포장된 전형적 사례다.
기사에서는 감홍로가 청혈, 해열, 해독, 진통 등의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적 기록에 근거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현대적 임상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마치 의학적 정설처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북한 내부의 만성적 의료난과 약품 부족 상황에서 “술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조장하는 것은 공공 보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다. 결국 당국은 의료·보건 문제를 해결할 능력 부족을 ‘전통 술의 약효’라는 식으로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기사는 “날로 늘어나는 인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양조법을 도입했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전국적으로 지속되는 식량난, 공장·농장 불안정으로 인한 소득 정체, 시장 축소와 유통망 경색, 주민 실질구매력의 급격한 저하 등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이 특산 술을 사 마실 만큼의 여유가 있다는 주장은 북한 내부 실정을 모르는 이들만 믿을 법한 이야기다.
평양술공장 제품은 실질적으로 간부층·외화벌이·선물공세용으로 돌아가는 것이 북한 경제의 현실이다. 결국 “수요 증가”라는 표현은 주민 생활 향상이라는 허구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선전적 장치에 불과하다.
전통주 감홍로의 개선이라는 사소한 이야기에도 북한 선전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당의 배려, 인민애, 기술혁신, 주민 생활 향상 등 이 네 가지 단어만 조합하면 어떠한 평범한 공장 제품도 ‘위대한 성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력난, 물자 부족, 원료 수급 어려움, 품질 관리 체계 부재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양조업 전체의 안정적 생산이 불가능한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감홍로 개선이 ‘인민 생활 향상’의 상징처럼 묘사되더라도, 이것이 북한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선신보의 감홍로 미화 기사는 북한 선전 특유의 ‘성과 만들기’의 일부일 뿐이다. 전통주의 명성을 활용해 주민 생활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것이지, 실제 주민 복지와는 전혀 무관하다.
감홍로의 맛과 향기가 아무리 개선되었다 한들, 빈 그릇을 채울 식량과 안정된 의료·전력·생활 환경이 해결되지 않는 한 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북한의 식품·식음료 선전은 늘 그렇듯,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 이미지를 위한 ‘가공된 이야기’일 뿐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