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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3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한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의 경제선동 공연’은 겉으론 “혁명열 고취”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린 학생들까지 경제위기 감추기용 정치선전의 최전선으로 내모는 관행을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만경대혁명학원 학생들은 덕천·구장·룡문·룡등 등 각지의 탄광들을 방문해 혁명가요, 기악중주, 구연 작품 등을 공연하며 ‘경제선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문화교류나 예술교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동원 공연, 즉 ‘정치적 기능’을 강제로 부여받은 행위에 가깝다.
수업이 이루어져야 할 시간에 학생들을 탄광까지 보내 노동자들의 “혁명열과 투쟁열”을 북돋운다는 발상 자체가, 미성년자들을 정치적 선전 도구로 취급하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열’을 외부 선동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은 탄광 현장의 실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탄광은 만성적인 장비 노후화, 안전사고, 전력 부족, 식량난으로 악명 높으며, 노동자들은 이미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정권이 학생 공연을 동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 증가 압박에 지친 노동자들을 심리전으로 달래려는 시도이고, 현장의 처참한 실태를 은폐하고 외부에 ‘정상 운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포장이며, 경제난의 책임을 체제 자체가 아닌 노동자들의 ‘정신력 부족’으로 돌리기 위한 책임 전가에 다름아니다. 즉, 이번 ‘경제선동 공연’은 탄광 산업 붕괴의 구조적 문제를 숨기기 위한 정치적 기획이다.
만경대혁명학원은 북한에서 ‘혁명 2세 교육기관’으로 불리며 특권 이미지가 부각되지만, 그 실체는 체제 충성 인력 양성을 위한 정치학원에 가깝다. 이번 탄광 공연은 그런 정치교육의 연장선이다.
학생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김정은 체제의 충성을 과시하는 ‘견본 학생’, 노동계급에게 ‘정치적 활력’을 주는 공연단, 체제 프로파간다 영상·사진 촬영용 소재이다.
이들은 학업이나 진로보다 정치적 충성 퍼포먼스가 우선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정권 유지에 봉사하도록 설계된 교육 구조의 결과물이다.
북한은 탄광 노동자들을 ‘지하전초병’이라 칭하며, 학생들의 공연이 노동자들의 “긍지와 영예감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안전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으며, 임금도 제때 지급되지 않고 생산량 증대를 위한 기술·설비·지원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정권은 문제 해결 대신 정치적 열정만 요구하며, 그 사이에 학생들까지 동원된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이 교육·경제·노동 어느 영역에서도 정상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선전만으로 국가 기능을 유지하려는 취약한 독재 체제의 초라한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