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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3 |
북한 노동신문이 “대중과 호흡을 같이한다”며 허천강2호발전소의 부문당일군이 ‘격식 없는 정치사업’을 한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노동자들의 의욕을 북돋우는 건강한 소통이 아니라, 정권이 일상 생산 현장에 정치감시 체계를 깊숙이 침투시켜 노동자들의 ‘정신력’을 다시 한 번 짜내기 위한 선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신문은 당일군이 “종업원들에게 임무의 중요성을 새겨주고 설비관리의 책임성을 높이도록 쉽게 해설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사업’은 결코 교육이나 소통이 아니다. 이는 지도원이 매일 생산현장에 상주하며 노동자들의 사상상태를 감시하고 충성심을 확인하는 통제 장치다.
북한의 설비관리나 품질관리 문제는 대부분 낡은 설비, 원자재 부족, 기술 난립, 인프라 노후화 등 구조적 요인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권은 이를 해결할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정신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반복하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기사에서는 “전력증산의 열쇠는 대중의 정신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북한 선전의 전형적인 논리다. 전기 생산은 과학·설비·투자·인력·부품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은 전력난의 근본 원인을 낡은 수력발전 구조, 석탄 공급 부족, 정비·부품 조달 불능, 기술 고도화 실패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모든 문제를 “정신력 부족”으로 치환하며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초과 노동, 더 높은 충성 경쟁, 더 강한 자기비판을 강요하는 정치적 프레임이다.
노동신문은 종업원들이 “매일 생산과제를 어김없이 수행할 일념으로 충만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북한 공장의 상황은 정반대다. 전력 생산 목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적 수치에 의해 정해지고, 노동자들은 이를 맞추지 못하면 사상투쟁, 비판총화, 충성심 검증에 내몰리며, ‘자발적 참여’라는 선전 뒤에 늘 숨겨져 있는 것은 정치적 강요와 생계 압박이다.
노동자가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당 지시를 빛내기 위한 의무 수행에 내몰리는 구조다. 허천강2호발전소의 사례는 북한식 정치사업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노동신문이 주장하는 ‘대중과의 호흡’이 아니라, 당의 목표를 대중에게 강요하고, 현장의 모든 문제를 정신력 부족으로 왜곡하며, 체제 유지와 충성 경쟁을 일상화하는, 정치적 동원 체계일 뿐이다.
현장의 진짜 문제는 기술과 자원 부족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를 인정하는 순간, 체제의 무능이 드러난다. 그래서 북한은 언제나 노동자의 정신력만을 강조한다. 이른바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논리는 결국 노동자의 희생을 시스템 붕괴의 방패로 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