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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라인 인권 감시 단체 ‘6.4 톈왕(天网)’의 창립자 황치(黃琦)가 12년형을 선고받고 구금된 지 6년째. 그러나 지금 중국 사회에서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감옥 안의 황치가 아니라, 92세 노모 포원칭(蒲文清)의 절박한 호소가 수년째 묵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원칭은 암 전이, 당뇨, 만성 질환 등 중병이 겹쳐 이미 거동이 어려운 상태다. 그녀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아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당국에 수십 차례 요청했지만, 중국 공안기관은 단 한 번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포원칭은 2025년 9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병세가 악화되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아들을 보게 해 달라고 애원하지만, 당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녀의 병세를 잘 알면서도 가택연금에 가까운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간병인조차 당국이 배치한 인원이며, 외부 접촉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 포원칭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09년에도 임종 직전 면담 요청이 거절되었다며, “이번에도 같은 비극이 반복될까 두렵다”고 절망을 밝혔다.
황치는 1998년 ‘6.4 톈왕’을 설립해 인권 침해 사례를 폭로하며 중국 사회의 음지와 부정부패를 꾸준히 드러낸 인물이다. 그의 활동은 세 번의 중형으로 이어졌다. 황치는 현재 신부전, 관상동맥질환, 뇌수종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단 한 번도 그의 보석이나 가족 면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 자원봉사자 궈이(가명)는 “당국은 황치가 살아 있는지조차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다”며 극도의 불안을 토로했다. “내 친구 두 명도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중국 인권 상황은 이미 바닥입니다.”
황치가 수감된 바중(巴中) 교도소는 수년 동안 황치의 생사, 건강, 치료 현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모친의 면담 요청도 모두 거절당했다.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룬궁 수련자 다수 사망, 반체제 활동가들의 의문사 반복, 정치범의 ‘사고사’ 은폐 의혹 빈발 등의 가능성이다.
궈이는 “중국 공산당의 폭정은 국민을 적으로 돌렸고,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절망적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 인권변호사 왕하오(가명)는 다음과 같이 명확히 지적한다. “가족의 회견권은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교도소는 절차를 안내해야 합니다. 이유 없는 면담 불허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형사사법기관은 ‘정치 관련 사건’이라는 이유로 각종 법적 절차를 무력화하고 있다. 황치 사건 역시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황치의 지인 천웨(가명)는 “92세 노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매우 걱정된다”며, 이미 쓰촨성 미양(绵阳)으로 지인들이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소원 정도는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정치범 가족의 면회가 허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노모의 소원은 또 한 번 냉혹하게 짓밟힐 가능성이 크다.
황치 사건은 오늘의 중국이 보여주는 인권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중병의 92세 노모,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아들, 법이 있어도 적용되지 않는 사법체계, 모든 인간적 요청을 거부하는 공안기관 등 세계 최대 국가 중 하나가 기본적인 ‘가족 면회’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국의 인권이 얼마나 참혹한 지경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포원칭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아들을 볼 수 있을지는, 중국 당국의 결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중국이 보여준 행태를 볼 때, 그 희망은 너무도 아슬아슬하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