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90] 우크라이나 종교 지도자들과 ‘뮌헨 2.0’
  • 조지 바이겔 George Weigel is Distinguished Senior Fellow of Washington, D.C.’s Ethics and Public Policy Center, where he holds the William E. Simon Chair in Catholic Studies. His most recent book is To Sanctify the World: The Vital Legacy of Vatican II. 워싱턴 D.C. 소재 윤리·공공정책센터 석좌연구원

  • 2013년 말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 마이단에서 시작되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그 나라의 용기, 회복력, 창의성을 탄생시킨 ‘존엄의 혁명’ 이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문화 지형 안에서 에큐메니컬(교회일치) 대화와 종교 간 협력은 두드러진 특징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이단 경험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1991년 붕괴하는 소련에서 스스로를 자체 해방(auto-liberation)하며 추구했던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에큐메니컬하고 종교 간의 결단은, 혹한 속에서도 밤마다 독립광장에서 드러났다. 평화롭게 기도하던 시위대가 모스크바와 결탁한 억압적 정권에 의해 총탄을 맞아 쓰러지던 때에도 그 결단은 계속되었다. 이 새로운 종교적·도덕적 증언의 구성은, 3년이 넘는 잔혹한 전쟁 동안 그 힘을 입증해왔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과 그들과 연관된 인물들 사이에서 심각한 부패 문제가 드러났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폭로가 우크라이나 정부 자체가 후원한 반부패 기관들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우크라이나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었고,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이 겨울 동안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던 매우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혼란을 불러왔다.

    이 긴장의 순간에, 우크라이나 교회·종교단체협의회(UCCRO)는 공백을 메우며 주목할 만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 호소문은 단호한 현실 인식, 정치적 통찰, 그리고 국가적 도덕 쇄신에 대한 요청이라는 점에서 인용할 가치가 있다.

    “우리의 백성이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는 이때, 전례 없는 형태의 부패는 깊은 도덕적 타락의 증거일 뿐 아니라, 공적·국가적 신뢰에 대한 배신이기도 합니다.

    부패는 특히 최고 권력층과 국가 방위 능력을 보장하는 핵심 분야에서 언제나 특별히 위험하며,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침략자를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을 낙담시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종교 공동체의 대표들로서, 이 부패 스캔들에 대한 보도를 깊은 고통 속에서 접합니다. 우리의 군인들이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는 시기에, 권력이나 영향력을 부패하게 남용하는 것은 단지 형사 범죄일 뿐 아니라, 우리 수호자들의 영웅주의와 온 나라가 치른 희생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우리는 강조합니다. 부패는 죄이며, 전시에는 단순히 국가 법률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수호자들과 온 백성에 대한 도덕적 범죄입니다. 그것은 사회적 일치를 해치고 낙담을 조장하는데 일조하여 이 모든 것을 적들이 악용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부패와 싸우는 것은 우리의 독립을 위한 공동 투쟁의 일부이며,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우리의 저항의 일부입니다.”

    “이러한 도전을 이해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회가 감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굳건히 서 있을 것을 호소합니다. 가장 뛰어난 아들딸들이 피를 흘리고, 전장에서 죽고, 포로생활로 고통받고, 마지막 남은 돈을 군대를 위해 내어놓고 있는 민족은 분노할 모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로운 분노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려져야 합니다. 동시에, 정치적 대립과 내부 분열은 우리를 약화시키며 침략자의 이익만을 섬긴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모든 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부패가 우리를 분열시키거나 우리의 주된 목표—우리 국가의 보존, 그 독립, 그리고 적에 대한 승리—로부터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지 못하게 합시다. 일치, 상호 지원, 악에 대한 공동의 싸움이 오늘 우크라이나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각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책임감 있게, 진리를 섬길 준비를 갖추어 외적 침략자와 내부의 부패 모두에 맞서는 영적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 인상적인 성명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 정부는 1930년대 후반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분노와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다항목 ‘평화 계획’을 내놓았다.

    “수데텐란트”를 “돈바스”로, “핼리팩스”를 “위트코프”로, “체임벌린”을 “트럼프”로, “히틀러”를 “푸틴”으로 바꾸면, 1938년 9월 30일의 재앙적 뮌헨 협정이 거의 완벽히 재현된다.

    즉, 독립이 위협받고 있는 나라가 ‘평화’라는 이름으로 양보를 강요받는 것, 그런데 그 평화는 참된 평화가 아니라, 단지 일종의 휴전이며, 그 휴전은 침략자가 분할된 나라의 나머지를 삼키기로 결정할 때까지만 지속될 ‘가짜 평화’일 뿐이다.

    전쟁과 국가적 스캔들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교회·종교단체협의회는 공적 삶에 적용되는 참된 도덕적 이성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반면, ‘뮌헨 2.0’은 그 완전한 반대였다.

    이러한 그릇된 평화 계획을 조작해낸 이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1-27 07:40]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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