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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55 |
평양 모란봉구역과외체육학교 바드민톤 소조가 10여 년 동안 전국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거두었다는 선전이 조선신보를 통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련승기록’의 화려한 포장 뒤에는 북한 특유의 강압적 선발, 교육의 기능 상실, 체육행정의 구식 구조가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삭제되어 있다.
조선신보는 소조가 “적성체질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과학적 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적성체질’ 선발은 곧 어린 학생들을 조기 선발해 특정 종목에 강제로 편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보다 성적을 우선시하는 체육행정의 오래된 관행이며, 아동의 선택권이나 흥미는 고려되지 않는다.
엘리트 선수 육성 구조는 대부분 체육상 기관과 구역당 조직이 통제하며, 학생과 부모의 동의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다시 일반 교육으로 복귀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홍보하는 전국 체육학교 경기대회는 명목상 ‘전국 규모’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각 지역 간 훈련 환경 격차가 극심해 공정성을 논하기 어렵다.
모란봉구역 소조가 연속 우승을 한 것은 실력의 증명이라기보다, 평양 집중 자원 배분 덕분에 벌어진 구조적 불균형의 또 다른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당국은 체육 성적을 ‘사회주의 생활력’과 ‘지도자의 은덕’으로 연결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학생 선수들이 아무리 성과를 내도, 그 업적은 결국 “경애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로 돌려지고, 선수 개인의 꿈이나 미래는 선전 문구 속에서 사라진다.
더욱이 선수 출신 청년들이 은퇴 후 어떤 진로를 보장받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체육 성적은 선전 도구일 뿐, 선수 개인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보상은 거의 없다. 북한 체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제적 고립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평양 내부에서 열리는 작은 규모의 대회에서의 우승을 세계적 성과처럼 포장하고 있다.
외부 검증 없는 ‘우승 퍼레이드’, 기준·규격·기술의 고립, 국제 교류 중단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속에서 연속 우승은 결국 북한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자기 위안용 기록’에 불과하다.
모란봉구역 바드민톤 소조의 ‘련승기록 갱신’ 보도는 단순한 체육 소식이 아니라, 북한이 어떻게 청소년 체육을 정치적 과시와 체제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권, 교육의 다양성,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 이 모든 것은 체제의 선전 장치 앞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북한식 체육 승리는 체제의 승리도, 학생 개인의 승리도 아닌 ‘선전에 필요한 숫자 하나’일 뿐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