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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7 |
평양메기공장이 다시금 북한 매체에서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사연깊은 야외고기못에서 수확의 기쁨이 넘친다”고 선전하며, 10년 가까이 지난 과거 현지지도 일화를 반복 소환했다.
그러나 주민 생활 개선과는 거리가 먼 ‘증산 선전’이 또다시 등장했다는 점에서, 북한 경제가 여전히 보여줄 것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신문은 2015년 김정은이 한 바퀴 둘러본 야외고기못을 다시 호출했다. 이런 방식은 북한 선전의 전형적 패턴으로, 실제 생산성과보다 ‘지도자 관심’에 이야기를 집중시켜 부족한 결과를 감추려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시간 간극’이다. 10년 전 현지지도 일화가 지금까지도 반복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그 이후 공장에 보여줄 만한 기술혁신이나 생산 증가가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다. 북한 관영 매체가 새 성과 대신 과거 사진과 “감동적인 이야기”에 매달리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북한 선전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는 바로 “물 절반, 고기 절반”.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북한 수산물 부문은 사료, 전력, 시설 유지 능력 모두 부족해 실제 생산량은 상시 목표 대비 현저히 미달해온 것이 국제기구와 탈북민 증언을 통해 누차 확인돼 왔다. 즉 “물 절반, 고기 절반”은 기념촬영용 문구에 가깝지, 현장 실태를 반영하는 표현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
기사에서는 평양메기공장 종업원들이 “총비서동지의 영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더 많은 메기를 생산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양식업 종사자들의 실생활은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
임금은 유명무실해 자급자족·부업에 의존하고, 생산 목표는 정치적 상징이 되어 과도한 할당이 반복되고 있으며, 전력 사정 악화로 공장 가동률은 불규칙하고, 생산 증가가 주민 식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이다. 결국 공장의 ‘충성 선전’은 주민들의 실제 식생활 개선과는 무관한 또 하나의 정치적 도구로 기능할 뿐이다.
노동신문은 “수확의 기쁨이 넘친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단백질 부족, 수산물 공급의 극심한 지역 편차, 시장 의존도 심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양식장에서 메기가 “물 반 고기 반”으로 풍어를 이룬다는 선전이 반복될수록, 주민들의 식탁과 배급 현실은 오히려 더 깊은 빈곤의 대비를 드러낸다.
노동신문이 강조한 “사연 깊은 야외고기못”은 결국 북한식 이미지 정치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과거 지도자의 발걸음조차 오늘의 빈약한 경제 성과를 채우기 위한 선전 자원으로 쓰고 있는 현실은, 북한 경제가 얼마나 정체돼 있는지를 스스로 보여준다.
“수확의 기쁨”이 아니라 “선전의 소모품”이 되어버린 양식장, 그곳이 보여주는 것은 풍요가 아니라 북한 체제의 고질적 공허함이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