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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과 지린성에서 수천 명의 택시 기사들이 일제히 운행을 중단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불법 차량 호출 서비스의 확산, 택시 면허 남발, 전통 산업 붕괴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지역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표면화된 것이다.
■ 랴오닝 푸신·지린 송원, 잇단 ‘도심 정지’ 사태
11월 21일, 랴오닝성 푸신시에서는 약 3,000대의 택시가 집단 파업에 돌입했다. 도심 곳곳에 정지한 차량 행렬이 늘어서며 사실상 도시의 발이 멈춰섰다.
푸신 기사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플랫폼 기반 ‘불법 호출 차량’이 폭증해 수입이 급감했다고 호소한다. 한 기사는 외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루 12~14시간 일해도 기본 생활비도 못 벌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일부 택시 기사 팀은 집단으로 차량을 몰아 성도 선양으로 상경 시위를 시도했으나, 도중에 공안에 의해 저지됐다. 여론이 거세지자, 푸신시 교통운송종합집행팀은 21일 밤 긴급 공고를 내고 26일까지 플랫폼 무면허 차량 단속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단속으로 끝날 성질이 아니었다. 11월 24일, 불과 사흘 뒤 지린성 송원시에서도 2,000대 규모의 파업이 발생했다. 시내 주요 도로에는 정지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고, 곳곳에는 경찰차가 배치된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송원 기사들 역시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은 10시간을 뛰어도 5년 전 6시간 수입도 못 번다.” “개인 차량 공유, 호출앱 차량이 다 가져가 버렸어요.”
두 지역의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는 버틸 수 없다.”
■ 올 한 해만 동북 3성에서 10건 이상… 왜 동북에서 폭발하나
민간 모니터링 플랫폼 ‘Yesterday 프로젝트’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에서만 10여 건의 택시 파업이 발생했다. 구조적 배경은 훨씬 더 깊다.
푸신은 대표적인 석탄·광산 기반 도시다. 광산 쇠퇴와 관련 산업 붕괴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직했고, 이들이 대거 택시업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지방 재정 압박 속에 정부는 택시 면허를 대량 발급해 수입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인구 감소·도심 축소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계속 늘어났고, 택시업계는 극심한 과잉 경쟁에 빠졌다.
디디추싱 등 플랫폼 업체들이 급속히 확장하면서, 개인 차량·무면허 차량이 대량 유입돼 전통 택시의 영업 기반은 급속히 무너졌다. 택시 시장의 ‘삼중 악조건인 수요 축소 + 공급 과잉 + 불법 차량 난립이 완전히 겹친 지역이 바로 동북 3성이다.
■ 단속 약속만으로는 해결 불가… ‘동북의 장기 위기’가 드러났다
정부는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불법 차량 단속 강화”를 약속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먼저 면허 남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단속을 하더라도 수입 개선은 제한적이다. 아울러 동북 3성의 인구 유출, 제조업 쇠퇴, 자원 고갈은 이미 구조적 수준이다. 택시업은 이 구조조정의 고통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받는 업종이다.
폭발한 택시 파업은 단순한 업계 갈등이 아니라 지역 경제 붕괴가 시민 생계로 이어지는 전형적 신호인 셈이다.
푸신·송원의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은퇴자, 실직자, 중·장년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택시는 마지막 생계수단”이라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마지막 생계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이다. 한 기사 단체는 성명에서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보조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경쟁 환경을 달라. 합법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달라.”
■ 동북 3성의 ‘택시 파업’은 지역 붕괴의 경고음이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직종 갈등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 감소·산업 쇠퇴를 겪는 동북 지역에서, 민생 위기가 폭발적 형태로 드러난 사건이다.
불법 차량 단속이라는 단기 조치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면허 정책, 플랫폼 경제 규제, 산업 구조조정 등 더 넓은 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중장기적 ‘사회경제 문제’이다.
동북의 택시 파업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산업 쇠락의 비용을, 시민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잔혹하게 보여준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