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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8 |
북한은 11월 28일 공군 창설 8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김정은 개인숭배식 선전의 절정판을 연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내용은 ‘백전백승’, ‘불멸’, ‘하늘의 태양’ 같은 과장된 수사로 가득했지만, 이 화려한 문장 뒤에는 노후화된 전력, 폐쇄된 군 지휘체계, 그리고 군 내부의 실질적 고충이 철저히 감춰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공군이 “80년 역사를 빛낸 전설적 군종”이라고 선전했지만, 정작 북한 공군이 운용 중인 주력기 대부분은 1950~80년대 구형 소련·중국 기체다. 이번 행사에서 등장한 비행 시범 역시 북한이 자랑할 만한 최신 전력보다, 이미 성능과 안전성이 의심받는 구형 전투기를 동원한 ‘정치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특히 김정은이 높이 치켜세운 여성 비행사 시범비행도, 첨단 항공력 과시라기보다 내부 결속용 상징 연출에 가깝다. 현대전에서 공군력의 성패가 정밀 유도무기, 레이더 자산, 전자전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비행 시범은 전투력보다는 충성 경쟁에 치중한 이벤트일 뿐이다.
기사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단어는 ‘절대충성’, ‘결사옹위’, ‘하늘 같은 믿음’ 등이다. 이는 북한이 공군을 포함한 전체 군 조직을 전략적 판단이나 전문성보다 정치적 충성심으로 통제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이 “하늘에서의 대결전은 정신력의 싸움”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그 상징적 사례다. 현대전에서 생존율을 결정하는 것은 레이더·전자전·전술 네트워크·기체 성능 등이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정신력→승리’라는 시대착오적 명령 체계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문적 군사 운용체계의 실종”이자 “전형적인 1인 독재 군 통제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는 전시에는 막대한 인명 손실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북한 선전매체는 행사의 대부분을 김정은의 등장, 환영, 사열, 격려, 기념사진, 연회 참석 등 지도자 중심으로 구성했다. 행사 명목이 공군 창설 80주년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우상화를 위한 대규모 정치 이벤트였음을 보여준다.
공군 전력의 현대화 전략, 기체의 정비 수준, 조종사 훈련 체계 등 군사력에 관한 실질적 내용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의 군 창설 기념행사가 전력 점검이나 전략 재정립의 계기가 아니라 정권 충성도 점검의 무대임을 방증한다.
북한은 올해도 식량 부족과 의약품·전력난이 폭발적으로 심각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정권은 경제·민생 문제 대신, 공군 시위비행·군 악단 공연·기념 연회 등 대규모 군사 퍼포먼스에 자원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공군이 “핵전쟁 억제력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향후 핵 탑재 무인기·순항미사일·전술핵 운용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낸 부분이다.
그러나 기술적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 공군이 핵전력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레이더 회피 능력, 항속거리, 탄도 운반 능력 등에서 막대한 기술 갭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이를 강조한 것은 내부 결속용 과시이자, 동시에 지역 안보 불안정을 높이는 위험한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이 강조한 ‘80년 전설’은 결국 구형 기체 중심의 낙후한 공군력, 전문성보다 충성심을 우선하는 지휘 구조, 내부 경제난에도 지속되는 정치적 과시 행사, 군 조직의 투명성 부재와 실질적 전력 평가의 실종 등을 감추고 있다.
북한 공군 80주년 기념행사는 세계 어느 국가의 군 창설 기념행사와도 다른, 정권 선전 중심의 정치 이벤트였다.
북한 당국이 말하는 ‘불멸의 전통’은 실제 전력 강화가 아닌 충성 의식과 개인숭배의 전통일 뿐이며, 이러한 구조는 군 현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