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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8 |
북한 매체가 또다시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10년 성과’를 대대적으로 떠들어대고 있다. 기사에는 “세상에 부럼없어라”, “아이들의 궁전”, “사랑의 요람”과 같은 과장된 수사가 난무한다.
그러나 이 화려한 문장 뒤에는 북한 교육체계의 근본적 문제, 지역·계층 간 교육 불평등, 그리고 아동을 체제 선전에 동원하는 구조적 현실이 가려져 있다.
노동신문은 “후대를 위해 억만금도 아끼지 않는 사랑”을 반복하지만, 북한 아동의 건강 상태는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수치와 극명하게 어긋난다. 세계식량계획(WFP)와 유니세프(UNICEF)는 북한 아동의 20~25%가 만성영양실조 상태임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특히 지방 농촌 지역은 교육시설은 물론 기초 영양조차 확보되지 않아 교실 결석률이 높다.
그럼에도 정권은 일부 평양 아이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이를 ‘제도 우월성’의 사례로 포장한다. 이는 전형적인 선택적 과시 정책으로, 내부·외부용 선전 효과만 노린다.
궁전에서 배출했다는 “명예칭호 소유자”, “체육 경기 수상자”, “학위 소유 교사” 등은 사실상 북한식 충성 경쟁의 산물이다. 또한 기사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공연·경연·경제선동활동은 교육의 목적이라기보다 아동을 통한 정치 선전에 더 가깝다.
노동신문은 지난 10년간 “132만 명”이 궁전 과외활동에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평양 시민 위주로 계산된 수치이며, 실제 전국적 접근성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지방 학생들은 평양 접근 자체가 통제되고, 부모의 출신성분(성분제) 따라 이용 가능 여부 결정되며, 대부분의 평양 외 지역 학생들은 시설 자체가 부족하거나 노후화 되어있다.
결국 ‘전국의 아이들을 위한 궁전’이라는 표현은 평양 특권층을 위한 전시용 시설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선전이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북한 핵심층 자녀의 예술·체육 교육 공간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길러진 소조원들이 해외 공연을 다녀오고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건 특권층의 출신 배경 덕분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전체 아동의 성과처럼 포장하지만, 현실에서는 평양 0.1% 아이들의 무대일 뿐이다.
기사에서는 궁전 학생들이 진행했다는 “280여 회 경제선동 활동”, “대규모 집단체조 참여”, “당 기념일 공연” 등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아동 강제 동원이며, 유니세프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아동의 정치적 착취에 해당한다.
북한 교육의 진짜 문제는 교원 임금의 극심한 저임금화, 지역별 교육격차 심화,. 교재 부족과 노후 설비, 아동의 결식률 증가로 학습 집중도 저하 등이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이러한 교육의 본질적 과제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정권이 연출한 ‘평양의 화려한 무대’만 집중 조명한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북한 정권이 평양 특권층에게 제공하는 상징적 ‘전시물’이다. 노동신문이 내세우는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구호는 현실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먼 말이다.
북한이 진정 후대를 위한다면, 일부 평양아이들의 선전 무대보다 전국 아동의 건강과 교육권을 우선해야 한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