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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58 |
조선신보는 이번에도 ‘국내산 전기제품의 놀라운 발전상’을 강조하며 경공업제품전시회 《경공업발전-2025》가 큰 호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시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 놓인 제품들의 외관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전기제품의 현실은 여전히 고장·정전·부품난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얼룩져 있다.
전시회 1층에 나열된 TV·전기밥솥·세탁기·선풍기 등은 겉보기에만 그럴듯할 뿐, 실제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의 전기제품 전시회는 대부분 실제 생산이 아닌 ‘전시용 시제품’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양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주민들이 손에 넣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LCD TV나 냉난방기 등은 대부분 중국산 부품이나 중고부품 재조립 제품이 주류를 이루며, 품질의 편차가 매우 크다. 전기밥솥이나 세탁기 역시 외형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포장되지만 내부 부품의 내구성은 여전히 취약해 몇 달 사용하지도 못하고 고장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전력 사정이다. 평양조차 하루 수차례 정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방은 말 그대로 ‘전기 공급 로또’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TV, 냉난방기, 세탁기 등 ‘전기 없이 작동 불가능한’ 제품들이 전시된다는 것은 사실상 광고용 선전물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전기제품의 다양성과 ‘발전상’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 부정에 가깝다.
전기밥솥이 있어도 전기가 없어 가스불이나 나무를 때야 하는 주민들, 세탁기가 있어도 물·전기가 없어 손빨래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는 ‘국산 전기제품’을 연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립 기술력 부족, 수입 부품 의존, 고장 시 A/S 불가, 대량 생산 능력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가 사라진 적이 없다.
특히 경제 제재와 외화 부족으로 인해 정식 부품 수입이 어려우며, 탁상등·전기다리미 같은 기초 제품조차도 품질 인증 체계가 없어 안전 문제까지 지적된다.
결국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국내산 전기제품 증가’는 실질적 성능이나 기술력 발전이 아니라 선전용 통계 부풀리기, 외형 디자인만 바꾼 재조립 제품, 전시회용 시제품 나열로 채워진 허상에 가깝다.
북한 주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화려한 전시장의 TV나 냉난방기가 아니라 계속되는 정전 문제 해결, 꾸준한 전력 공급, 생활 필수품의 안정적 배급이다.
하지만 조선신보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제품의 발전상’만을 홍보하며 정작 핵심 문제인 전력난과 빈곤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전시회도 주민 생활 개선과는 무관한 ‘과시형 행사’에 불과하다. 현실을 가리는 선전용 외형을 아무리 치장해도, 내부의 구조적 붕괴는 감출 수 없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