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르포] 김정일 전집 68권 뒤에 숨겨진 공포 정치의 유산
  • - 북한이 다시 꺼낸 것은 ‘유산’이 아니라 ‘통제의 언어’다”

  • 최근 북한이 『김정일전집』 제68권을 출판하며 이를 “영생불멸의 총서”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전집이 ‘사상혁명’ ‘집단주의 강화’ ‘군대 미풍 창조’ 등 김정일의 고전적 로작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기(2004~2005)가 북한의 정치적 경직성과 통제 강화가 극도로 심화되던 시기였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68권의 출판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된 내용들이 책으로 묶여 나온다는 것인데요. 1년에 한권 정도는 계속 출판된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당국의 명확한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전집 출판의 의도라든지, 정치사회적인 메시지, 내부에서의 어떠한 요인 들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는데요.

    북한은 오늘 이 시간 2004년과 2005년 사이의 김정일 역사를 기록한 김정일 전집 68권 출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북한이 지금 시점에 『김정일전집』 제68권을 출판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여러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배경은 정권 정당성 방어라고 봅니다. 김정은 시대의 경제난, 식량 위기, 통제 정책의 강화가 지속되면서 내부적으로 불만이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럴 때 북한 정권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과거 ‘영도자’의 말과 업적을 재소환하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전집 출판은 현재의 실패를 과거의 ‘권위’로 덮기 위한 정치적 방패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에게 현실을 보지 말고 ‘유산’만 보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2. 북한이 강조하는 ‘영생불멸의 총서’라는 표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영생불멸”이라는 표현은 종교적 상징성까지 포함한 정치적·사상적인 언어입니다. 이는 단순히 김정일 개인을 미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제 자체의 절대성을 영속화하려는 시도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번 전집이 다루는 내용은 사상혁명, 집단주의, 충성심 강화 지침 등 통제강화 문건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영생불멸’은 정권의 통치 실패를 숨기는 은폐 장치이고, 전집은 ‘사상 통제 지침서’로 기능한다고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모습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모습

    당시의 상황인 2004년과 2005년도는 지금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를 막 벗어나는 시점이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외화벌이가 어느때보다 많이 획득된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3. 이번 전집은 군대 관련 내용도 강조한다고 합니다. ‘인민군 미풍’ 선전에 숨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 북한이 말하는 ‘군대 미풍’은 사실상 군대 내부의 인권침해와 열악한 상황을 가리는 정치적 미사여구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인민군은 식량·연료 부족, 강제노동, 폭력 문화 등이 만연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군대가 수령의 방패”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군대를 선전도구이자 충성집단으로 재정비하려는 목적을 드러냅니다.

    전집에 군대 ‘미풍’을 실어 강조한 것은 내부 불만을 사전에 억누르는 일종의 정치적 예방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당시와 지금의 시기가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4. 문학·예술 창작 지침이 포함된 것도 주목됩니다. 북한이 예술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 북한에서 예술은 표현의 영역이 아니라 통제의 영역입니다. 이번 전집이 ‘당의 의도에 맞는 작품 창작’을 강조하는 것은, 문학·예술을 통해 주민에게 감정적 충성심과 집단주의 감각을 주입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당시 북한 예술은 선군정치 미화, 수령 우상화, 체제 선전이라는 세 가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전집 역시 그 사상적 틀을 다시 강조하는 것입니다. 결국 예술 창작 지침의 의미는 문화적 다양성을 억압하고 사상 규범을 통일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5. 전집은 관광·청년 조직·문학 분야 지침도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런 ‘다방면 선전’은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을까요?

    - 이는 정권이 사회 전 영역을 다시 사상적 전장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칠보산 관광은 단순한 관광 개발이 아니라 “혁명성지화”를 위한 정치 프로젝트였고, 청년 대상 혁명 소설 배포 지침은 청년층의 사상 이탈을 막기 위한 직접적인 통제 조치였습니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즉, 전집 속 지침들은 모두 “일상·문화·여가”가 아니라 사상통제의 도구 재활성화를 의미합니다. 북한은 지금 청년층 이탈, 시장경제 확산 등으로 체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전집은 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장식물’인 샘이죠.

    6. 그렇다면 이번 전집 출판이 북한 주민에게 미칠 실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변화나 개선은 없습니다. 전집은 주민의 삶과는 아무 상관 없는 정치적 상징물입니다. 다만 문제는 전집을 통해 사상학습·충성숙독·집단학습이 강화될 가능성입니다. 이는 주민의 피로감과 반감만 더 높일 뿐입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전집은 주민에게 ‘꿈과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텍스트를 통해 현재의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북한이 반복적으로 과거 지도자의 문헌을 꺼내는 것은, 그만큼 현재 체제가 불안하다는 무언의 고백이죠.

    결론적으로 북한의 『김정일전집』 재출판 프로젝트는 ‘영생불멸’이라는 화려한 포장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정치적 위기 관리, 사상 통제, 과거 권위 동원입니다. 전집은 역사 기록물이 아니라 정권 불안을 덮기 위한 선전의 장치이며, 그 속에는 주민의 현실도, 고통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 글쓴날 : [25-12-01 07:44]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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