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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59 |
북한 조선중앙통신 12월 1일 보도한 “각지 대학들에서 계급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양사업에 주력” 기사는, 북한 대학이 더 이상 학문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충성심과 적개심을 주입하는 도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회 변화와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북한 교육기관은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이 아니라 ‘주적 인식’과 ‘멸적 의지’를 강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평양기계대학, 평성의학대학, 평북공업대학, 함흥의학대학 등 각지 대학에서 ‘계급교양’이 핵심 교과처럼 운영되고 있다. 전문지식 대신 사상학습과 증오교육을 앞세우는 이러한 구조는 북한이 여전히 냉전기적 사고방식과 주체적 적대선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의학대학과 공업대학조차 대외 경쟁력 확보보다 사상통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국가 차원의 ‘기술 공백’을 스스로 심화시키는 자해적 정책일 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학생들이 신천, 중앙계급교양관 등을 방문해 ‘불구대천의 원쑤’에 대한 분노를 다졌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선전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신천박물관의 경우 학계에서 사실관계와 통계가 검증된 바 없으며, 북한 정권이 반미·반외세 정서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젊은 세대에게 과학적 역사 교육이 아니라 정권 충성의 감정적 도구로서 ‘증오의 기억’을 주입하는 것은, 북한식 정치교육의 전형으로 교육이 아니라 정치집단행동 훈련이다.
김형직사범대학에서 “전쟁 시기 야수적 만행 체험자”를 불러 상봉모임을 조직했다는 내용도 소개된다. 이 역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감정적 충격을 통한 도그마 주입 방식이다.
또한 학생들을 동원한 기동선동대 활동은 일종의 정권 홍보 인력 재생산 체계로, 학문의 자율성과 개인의 사고 능력을 말살하는 역할을 한다.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북한 대학 캠퍼스에 ‘계급교양 직관판’을 게시하고 “적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도록 한다”는 대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정권이 말하는 ‘환상’은 사실 외부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이며, 이를 차단하려는 것은 학생들이 체제의 모순을 인식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즉 북한 정권이 말하는 ‘계급의식 고취’란 정권 비판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감정적 봉쇄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 대학은 AI, 반도체, 생명과학, 에너지 전환 등 미래기술을 중심으로 경쟁한다. 그런데 북한은 대학생들에게 21세기형 역량이 아닌 1950년대식 적개심과 구시대 계급투쟁 이론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는 북한 청년들이 국제사회와 기술 흐름에서 더욱 고립되도록 만드는 구조적 장애이며, 장기적으로는 북한 경제를 스스로 쇠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중앙통신의 선전대로라면 북한 대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학업 성취’란 주적 규정 암기, 증오의 감정 증폭, 체제 방어 선전 참여가 된다. 이는 교육의 본질인 사고력, 지식 축적, 인간적 성숙, 사회 기여 능력을 억누르는 왜곡된 구조다.
북한 정권에게 대학은 미래 인재를 기르는 곳이 아니라 정권 유지용 이데올로기 병력을 재생산하는 정치적 훈련소에 불과하다. 그 결과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북한의 청년 세대와 국가의 미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