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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59 |
북한 당국이 매년 겨울마다 대대적으로 벌이는 ‘백두산 답사 열풍’이 올해도 어김없이 선전·동원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동신문이 자랑하듯 “답사대오가 날마다 늘어난다”지만, 정작 주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충성훈련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사는 김정은이 과거 ‘군마행군’을 했던 시점을 기념하기 위해 수백 개 단체가 백두산을 찾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도자 개인의 행적을 우상화하는 정치 행사를 위해 중앙기관·도급기관·대학·군대까지 총동원하는 것은 북한 특유의 충성경쟁 문화가 낳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백두산 방문을 ‘정치활동가의 기본 자격’으로 선전하는 표현—“《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은 능력보다 충성심을 우선시하는 체제의 민낯을 드러낼 뿐이다.
평양건설위원회, 채취공업성, 림업성 등 각종 기관이 죄다 답사행군에 나섰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곧 행정·산업 분야의 실제 업무가 마비되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산 현장의 일군이나 주민들이 혹한 속에서 노동 대신 ‘답사행군’을 해야 하는 현실은, 혹한기 농·임업·전력·운수 부문 공백, 실질 생산성과 민생 개선의 지연, 청년·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을 동반한다.
기사는 “성스러운 백두산에로의 행군길”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정치적 의무동원에 불과하다. 김일성대, 김형직사범대, 혜산농림대 등 주요 대학 학생들이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가 도려내는 추위”를 견디며 혁명성을 체득했다고 선전하는 대목은 특히 심각하다.
이는 청년·학생에게 필요한 전문교육·기술훈련·미래 역량 강화보다 정치적 충성심 강화가 우선되는 이념 편향 교육을 고착화한다. 더구나 혹한기 장거리 행군을 강요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본연 역할과도 동떨어져 있으며, 안전 불감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신문이 매년 강조하는 ‘혁명전통 답사’는 사실상 북한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정치적 의례다. 그러나 이 의례가 반복된다고 해서 주민의 생활환경이 개선되거나 경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결국 답사행군은 현실로부터 시선을 돌리게 하는 선전용 정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기사는 답사행군 참가자 수를 강조하지만,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대부분의 활동은 자발성이 아닌 강제·반강제 동원의 성격을 갖는다. 참가하지 않으면 “사상성이 약하다”,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낙인이 찍히는 구조에서, 주민들은 생업·학업을 포기하고서라도 행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노동신문이 선전하는 이번 답사행군은 영도자 개인 숭배, 체제 결속, 주민 통제, 인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 행사라는 북한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백두산의 상징성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데 쏟는 시간과 인력만큼이나, 정작 주민들이 겪는 식량·주거·의료·난방 같은 실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만 외면하고 있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