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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 159 |
조선신보는 함경남도 함흥경기장이 새로 개건되었다며 ‘문화정서생활의 향상’을 강조했다. 경기장 관람석과 선수대기실, 치료실 등을 갖추고 각종 구기종목과 육상경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이 화려한 설명은 주민들이 실제로 맞닥뜨리는 생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당국은 해마다 수많은 건설·준공 보도를 쏟아낸다. 그러나 이런 대형 시설들이 실제로 주민의 문화생활 향상에 기여했는지, 혹은 주민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과거 사례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체육·문화 시설 상당수는 사용 제한이 있거나 시설 유지가 어려워 방치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국 매체에 등장하는 건 “당의 은정”, “선물 공장” 같은 정치적 수사뿐이다.
함흥경기장 역시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정기적 개방이 가능한지, 유지·관리 예산이 확보되어 있는지 등 핵심 정보는 빠져 있다.
최근 북한은 전력, 식량난, 주민 이동 통제 강화, 지역 단위 배급 불안정 등 각종 내부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근로자들과 학생들이 다채로운 체육활동을 누릴 수 있다’는 선전은 주민의 체감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
경기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명, 난방, 유지보수 장비 등이 필요한데, 정작 함흥 지역은 잦은 정전과 공공시설 운영 난맥으로 악명이 높다. 주민들은 “정작 필요한 건 체육장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라고 토로하지만, 그 목소리는 당 기관지에 실릴 수 없다.
북한식 준공식은 늘 똑같다. 당 간부 참석 → 화려한 축사 → 시설 관람 → 체육단 공연 또는 경기 시범 등등.. 이번 함흥경기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준공 이후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많은 체육시설이 단기 이벤트성, 사진 촬영용으로만 쓰이고, 시간이 지나면 관리 부재로 방치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 주민의 실질적 이용과 지속적 관리가 결여된 채 ‘준공 뉴스’만 반복하는 것은 북한 선전의 전형적 패턴이다.
기사는 “청소년학생들과 근로자들”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경기장이 ‘문화정서생활’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체육 복지 홍보가 아니다. 북한은 종종 체육 활동을 충성심 고취, 집단주의 강조, 당의 은정 선전에 이용해 왔다. 이러한 체육 시설 역시 결국은 청년층을 체제 결속에 끌어들이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함흥경기장 준공 보도는 그 자체로 새 시설 건립을 자축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식량 확보, 난방 문제, 전력 사정, 산업 가동률, 그리고 지역경제 침체 등 실제적인 생활 조건은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결국 이번 보도도 “보여주기식 건설성과”를 통해 체제의 안정성과 ‘인민사랑’을 과장하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선전의 반복일 뿐이다.
주민의 진짜 삶이 나아지지 않는 한, 아무리 경기장을 새로 짓는다 해도 그것은 ‘당 선전용 사진 촬영지’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강·동·현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