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A 가톨릭 195] 창조의 언표(言表)와 첫 번째 사도
  • 한스 보어스마 Hans Boersma Hans Boersma is the Saint Benedict Servants of Christ Professor in Ascetical Theology at Nashotah House Theological Seminary. ‘성 베네딕트 그리스도의 종들’ 석좌교수

  • 11월 30일은 예수님의 첫 번째 사도인 성 안드레아 사도 대축일이었다. 왜 예수님께서는 안드레아를 첫 제자로 부르셨을까? 마태오 복음은 이에 대한 힌트를 준다.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어부였기 때문”(마태 4,18 참조)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와 시몬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신다. 물고기를 낚던 안드레아는 이제 제자들을 낚는 사도가 될 것이다.

    분명 유사성이 있고, 말장난처럼 보이는 표현도 선명하다. 안드레아의 새로운 ‘어로(漁撈) 임무’는 명확해진다. 그러나 이것으로 “왜 안드레아인가?”라는 질문이 충분히 설명될까?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일이 선교사가 되는 데 훌륭한 준비라고 말씀하시려는 걸까? 안드레아의 “자연적 직업”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맡기시는 “초자연적 직무”를 준비시키는 것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분명 몇 해 동안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편이 그 임무를 더 잘 준비시킬 것처럼 보인다.

    로마서 10장에서 성 바오로는 시편 19편을 이렇게 인용한다.
    “그들의 소리는 온 누리에 퍼지고, 그들의 말은 땅 끝까지 뻗어 갔다”(시편 19,4).

    여기서 “그들의”는 누구인가? 그들의 소리, 그들의 메시지란? 그것은 바로 ‘하늘과 창공’이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창공은 그분 손수 만드신 이를 알려 준다”(시편 19,1). 다윗은 여기서 “자연적 언표(言表)”—곧 하늘의 소리가 온 땅에 울려 퍼지고, 창공의 말씀이 땅 끝까지 이른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는 이 창조의 자연적 언표, 곧 하느님의 영광을 외치는 자연의 음성을 가져와 그것이 실제로는 복음 선포라는 초자연적 언표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거의 바오로가 시편 19편의 두 번째 부분, 율법의 계명이라는 “초자연적” 주제를 다루는 부분을 인용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바오로는, 자연의 언표가 실제로는 복음이라는 초자연적 언표를 가리킨다고 단언한다.

    사도는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윗이 이 시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하늘과 창공의 자연적 언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실수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당신의 첫 번째 제자를 부르신 그 세계를 알고 계시며, 물고기를 낚는 자연적 직업 또한 잘 알고 계신다.

    자연—하느님의 첫 번째 책—은 실제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하늘은 선포하고, 창공은 드러낸다. 낮은 낮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알려 준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인가? 바오로는 알고 있다. 그 자연적 말 속에는 이미 그리스도의 복음이 담겨 있다.

    왜 안드레아인가? 왜 예수님은 그를 부르셨는가? 어쩌면 안드레아의 “자연적” 직업이 단순히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성령께서 그의 손을 이끌어 날마다 그물이 가득 차도록 하셨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안드레아가 날마다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행위를 일종의 신학교 재교육(再敎育)으로 삼으시어, 사람을 낚는 사도가 되도록 준비시키셨는지도 모른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안드레아는 흑해 북쪽, 루마니아·우크라이나·러시아 지역에서 복음의 그물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형제 시몬 베드로가 로마의 첫 번째 주교가 되었듯, 안드레아는 비잔티움의 첫 번째 주교, 곧 훗날 우리가 말하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첫 번째 총대주교가 되었다. 한 거대한 그물 안의 한 거대한 어획물처럼, 동방과 서방은 안드레아와 베드로 안에서 결합된다.

    은총의 하느님께서—자연의 언어를 통해 복음을 땅끝까지 퍼뜨리시며, 물고기로 가득 찬 그물을 통해 민족들의 수확을 비유로 보여주시는 그분께서—우리가 말하는 모든 말과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을 초자연적 은총의 표징으로 바꾸어 주시기를.

    성 안드레아 사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 글쓴날 : [25-12-02 07:55]
    • 리베르타임즈 기자[libertime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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