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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61 |
조선중앙통신이 12월 2일 보도한 “개성시의 세계문화유산들(3) 개성성” 기사는 겉으로는 고려 수도 개성의 역사적 의미를 소개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핵심적 사실들·근본적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한 또 하나의 ‘빈 껍데기 문화재 홍보물’에 가깝다.
북한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때 반복되는 전형적 구조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기사는 개성성의 길이(23km), 돌·흙 성벽의 비율, 황성·궁성·외성·내성의 구조 등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화재의 보존 상태, 훼손 정도, 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다.
개성시 전역의 문화유산은 전력난, 자재 부족, 전문 인력 부재로 인해 꾸준히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외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개성성 또한 산악지대를 따라 이어지는 구간 다수가 붕괴 위험이 제기되어 왔고, 일부는 이미 형태를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유산을 소개하겠다는 기사에서 보존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북한 당국의 늘 반복되는 ‘성과 포장’식 서술 방식이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으며, 이는 한민족 전체의 공통 유산이다. 그러나 기사는 개성성의 역사적 의미를 이야기하면서도 이 문화유산이 가지는 남북 공동성과 민족 문화 재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북한은 개성문화재를 소개할 때마다 단순히 ‘우리식 유산’으로만 포장하며, 정작 고려와 조선 초기의 역사 연속성이나 남북 공동 보존 협력의 필요성은 철저히 외면한다.
이는 문화유산을 보존과 연구의 주제가 아닌, 정치적 상징물·체제 선전 소재로만 보는 북한 당국의 오랜 관행을 반영한다. 또한 기사에서는 개성성의 건축 연혁을 소개하며 “외래 침략자 대응”, “궁성”, “왕성” 등 단편적 키워드를 반복한다.
그러나 고려의 수도 방어체계는 단순한 외적 방비보다 왕권 강화·도성 구조 변화·권문세족의 정치 갈등 등 복잡한 역사 요소가 얽혀 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역사적 배경을 입맛에 맞게 ‘외적 방어’ 중심으로 단순화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외부 위협을 강조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북한의 정치적 서사와 그대로 일치한다.
북한은 개성시를 ‘문화유산의 보고’처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관광은 극도로 제한되고, 한국 학자·전문가의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제기구의 독립적 조사도 허용되지 않는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보존·관리·연구 체계는 없는 셈이다. 문화유산의 도시 개성은 오늘날 북한 체제의 폐쇄성과 통제 아래 갇혀 있다.
기사 말미는 “유구한 력사를 전해준다”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가 전하는 것은 고려의 영광만이 아니라, 그 문화유산을 보존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현실이다.
이번 보도는 문화유산을 있는 그대로 조명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편집된 정보만 제공하는 북한 특유의 선전용 문화 기사의 전형이다.
개성성은 한반도의 귀중한 역사 유산이지만, 조선중앙통신의 이번 기사는 그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채 또 한 번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공허한 문화재 해설’에 머물렀다.
진정한 문화유산 보존과 세계문화유산의 의미는 체제 선전을 넘어, 객관적 고증·투명한 공개·국제적 협력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