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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62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월 3일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국제장애자의 날 기념모임’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행사에서는 기부증서 수여식, “장애자권리보장사업 성과” 소개 영상, 그리고 조선장애자예술협회의 공연 등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도는 북한 장애인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와 구조적 차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포장되어 있다.
북한은 공식 행사마다 장애인들을 ‘당의 은정 속에 행복하게 사는 존재’로 묘사해왔다. 이번 행사 역시 사진전과 공연을 통해 “희망과 재능을 꽃피운 명랑한 모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의 현실을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선전 방식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장애인이 공공장소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고, 교육·직업 기회 역시 극히 제한적이라는 탈북민 증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장애인을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 아닌 체제 미화의 장식물로 활용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북한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가입했지만, 협약 이행과 관련된 구체적 자료를 국제사회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신은 행사에서 “올해 장애자권리보장사업의 성과를 소개했다”고 보도했지만, 그 ‘성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북한 특유의 빈말식 성과 자랑에 불과하며, 체제 내부의 실태 은폐를 위한 의도된 전략으로 보인다.
장애인 단체나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권리 침해 현황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 특히 장애인이 국경 지역에서 강제 이주되거나, 교육기관·직장 배치에서 배제된 사례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제장애자의 날은 장애인의 권리와 사회 참여 확대를 논의하는 날이다. 그러나 북한의 기념행사는 이를 본래 취지대로 다루지 않았다. 정책 개선 방향이나 장애인 접근성 향상, 차별 해소 등 현실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
대신 이번 행사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한 것은 “당의 사랑과 은정”이다. 공연 출연자들은 “당의 은정 덕분에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참석자들은 ‘우월한 사회주의 제도’를 찬양하는 사진전을 관람했다. 결국 기념행사는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권을 찬양하는 정치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이 진정으로 장애자권리보장을 이야기하려면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장애인의 실제 생활환경, 차별 사례, 이동권·교육권 보장의 현황 공개, 법·제도 개혁과 국제사회와의 투명한 협력, 장애인 단체의 자율적 활동 보장,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줄이기 위한 교육 확대 등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러한 기본적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채, 국제기념일조차 체제 선전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북한 내부의 장애인 인권 현실을 감추는 데 집중했을 뿐, 실질적 개선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말하는 “명랑하고 활기 넘친 장애인의 모습”은 정권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일 뿐, 그 이면에는 구조적 차별과 사회적 배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장애자의 날을 맞아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선전용 행사가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