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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동아시아 해역에 100척이 넘는 군함·해경함정을 집중 배치한 것으로 확인되며, 역내 안보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만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대규모 해군 배치를 넘는 규모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의도적 힘 과시이자 각국의 대응 패턴을 시험하는 행동”이라고 분석한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정보보고서와 복수의 보안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서해 남부에서 동해를 거쳐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을 연결하는 광범위 해역에 군함과 해경선을 집중시켰다. 이번 주 초에는 배치 규모가 100척을 돌파했으며, 5일 오전 기준으로도 90척 이상이 활동 중이다.
특이한 점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정식 군사훈련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함정 배치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력 분산이 아닌, 조용한 대규모 해상 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중국 해군함은 전투기와 함께 외국 선박을 향한 모의 공격 시나리오를 훈련했다. 또한 유사시 외부 국가가 증원군을 파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봉쇄 작전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아시아 지역의 한 고위 안보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행동은 전례 없는 규모이며, 명백히 주변국의 대응 속도와 수위, 정치적 반응을 시험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해상 전개는 최근의 대만·일본과의 외교적 갈등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의 군사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인 11월 14일 이후, 베이징이 해역에 평소보다 더 많은 선박을 파견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발언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베이징은 일본 대사를 즉각 소환해 항의했다.
대만 라이칭더 총통이 추가 400억 달러 국방비 증액을 발표한 것 역시 중국을 자극했다고 분석된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군사적 압박을 “정상적 안보 활동”으로 주장해 왔다.
대만 국가안전국 차이밍옌 국장은 이번 주 중국이 서태평양에 4개의 해군 편대를 전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방어체계가 예의주시하는 주요 전략 지점이다.
다만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주변의 함정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이 대만 본도 인근보다는 넓은 역외 해역에서 ‘안보 환경 탐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국방부, 외교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모두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이 통상 해상훈련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침묵은 이례적이며, 전문가들은 이를 의도적 전략적 모호성으로 본다.
일본 자위대는 “중국의 군사 행동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며, 현재로서는 즉각적 전면 충돌 위험은 낮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말까지 비공식 군사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연말·연초에 연합훈련을 강화할 경우,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형태로 서태평양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 안보질서는 올해 말 다시 한번 ‘힘의 진공(真空)’을 둘러싼 경쟁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