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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노동신문 163 |
북한 당국이 12월 3~4일 청춘거리 농구경기장에서 제55차 예술인체육대회를 개최했다고 선전했지만, 행사 목적과 내용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문화·예술인을 정치적 충성의 무대로 동원하는 의전형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신문은 이번 행사가 태권도, 농구, 배구, 탁구, 바줄당기기 등 다양한 종목을 통해 예술인들이 “당 정책을 받들고 체육을 생활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체육 행사를 가장해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 정치적 충성심을 재확인시키는 전형적인 동원 이벤트라는 사실을 가리지 못한다.
특히 기사에서 반복된 “당 제9차대회를 승리자의 대회로 맞이할 일념”이라는 문구는 행사 목표가 체육이나 건강 증진이 아니라, 예술인들에게 충성의 메시지를 재주입하는 정치적 목적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화예술인의 창의성·독립성보다는 정치적 충성 의무를 우선시하는 북한 체제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 문화예술계는 창작 인력 부족, 장비 낙후, 검열 강화 등 구조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현실적 문제 해결 대신 체육대회를 개최해 “희열과 랑만”을 조성했다는 식의 낙관적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신문은 무대예술부문이 종합 1등을 차지했다고 보도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종합 점수를 매겼는지, 체육 전문성이 실제로 평가되었는지, 경기 운영이 공정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모두 빠져 있다. 결국 ‘성과 과시’에 초점을 맞춘 선전용 문구일 뿐이다.
북한은 최근 각 부문에서 체육행사를 광범위하게 동원하고 있다. 군부, 청년동맹, 노동자 단체뿐 아니라 예술인까지 체육대회를 조직해 “정신력 단련”, “당정책 관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강조한다.
그러나 체육의 본래 목적은 건강 증진과 공동체 성숙, 그리고 자발적 참여에 있다. 정치적 동원과 충성 경쟁을 강조하는 북한식 체육행사는 체육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제55차 예술인체육대회는 문화예술인의 단결 강조, 충성심 재확인, 분위기 조성용 선전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본질이며, 기사에서 반복된 미사여구와 성과 부각은 북한식 체육·문화 정책의 한계를 오히려 더 드러낸다.
예술인 체육대회가 실제로 예술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려면, 정치적 충성 강요를 걷어내고
실질적인 예술 지원과 환경 개선으로 중심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 체제 내에서는 그 변화가 요원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