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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중앙통신 164 |
북한 매체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씨름을 소개했지만, 기사 전체는 실제 문화 보존과 국민 접근성 문제를 철저히 외면한 채 전형적인 체제 선전용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세계유산 등재 사실을 반복하며 자부심만 부각하지만, 그 문화유산이 오늘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주체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유지·전승되고 있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은 씨름이 “고대시기부터 이어온 민속경기”이며 황소를 상으로 주는 전통이 있다며 민족적 자부심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전통 서술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의 씨름 전승 기반이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북한에서 씨름은 대중적인 경기로 자리 잡았는지, 체육 학교나 지역 단위의 전승 프로그램이 존재하는지, 전문 선수층이나 지도자 양성 체계가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결국 “유네스코 등재”라는 외형적 성과만 내세워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수사에 머문다.
씨름은 본래 마을 단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 스포츠였다. 하지만 북한 보도는 이를 “집단 단합과 당 정책의 체육 중시”라는 이념적 틀에 맞추어 해석한다.
문화는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쉴 때 전승된다. 그러나 북한에서 씨름이 실제 주민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각종 정치 행사나 명절 공연에 동원되는 ‘상징적 전시종목’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심이 더 강하다.
2018년 남북 공동으로 추진된 ‘씨름’의 세계무형유산 등재는 문화협력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북한 보도는 이를 체제의 독자적 성과처럼 포장한다. 등재 이후 필요한 전승 연구, 자유로운 민간 참여 확대, 남북 공동 교류 등 실질적 과제는 철저히 배제된다. 문화유산을 정치적 성과물로만 다루는 관성은 북한 내부의 문화 정책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유산을 진정으로 ‘귀중’하게 여기려면 주민들이 실제로 즐기고 계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의 서술에서는 씨름이 오늘의 북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기사 역시 생활문화의 보존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보여줄 ‘민족 이미지’ 만들기에 집중한 선전용 텍스트일 뿐이다.
강·동·현 <취재기자>